매년 급증하던 가계대출이 올 들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대출의 상승세가 꺾이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 등 6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368조2984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조4000억원(0.7% 증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기(半期) 가계대출 증가율이 1%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0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매년 7~8%씩 늘어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갑자기 꺾인 것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상반기 가계대출이 각 0.2%씩 줄어들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뚝 끊겼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상반기 증가율이 1.8%로서 작년 하반기 증가율(3.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신용대출도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큰 폭으로 줄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자 은행들이 신용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6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73조4861억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4일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지만 비(非)은행 (대출) 비중이 상승하는 등 질적 구조는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가계 부채는 우리나라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금융회사가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 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자체적인 저신용자 채무 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