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산업 강해졌다… 日의존도 역대 최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성전기의 거래처 목록엔 벤츠·폴크스바겐·르노·GM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이름이 올라 있다. 1973년 문을 열어 자동차용 스위치를 만들던 이 회사는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해외 수출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줄줄이 대형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873억원이었던 북미시장 수주액은 올 들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수혜까지 더해지며 상반기에만 2394억원을 기록했다. 공준호 상무는 "올해 미주시장 수주목표를 3200억원 정도로 잡았는데 최근 6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며 "1~2년 안에 전체 매출에서 해외 업체 비중이 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를 만들던 SKC는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LCD TV에 들어가는 반사필름을 개발, 수입대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 도레이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후 2010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는데, 지난 2년간 수입대체 효과만 700억원에 달한다. SKC 관계자는 "전 세계 반사필름 시장은 일본의 데이진듀폰과 도레이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제 SKC의 시장 점유율이 15~20%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 상반기 소재·부품산업 무역수지 흑자가 작년보다 8.4% 늘어난 43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해온 소재·부품산업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재·부품산업은 1990년대 말까지도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조립산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정부가 2001년부터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을 세워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각 기업들도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수출은 2553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867억달러였다. 2001년(수출 620억달러, 무역흑자 27억달러)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수출은 4배, 무역흑자는 32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성장세 둔화라는 악재 탓에 소재·부품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수입은 5.6% 줄어들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각각 2.4%, 6.6%씩 줄어든 결과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미FTA 체결로 자동차 엔진(22.4%), 엔진부품(59.6%), 자동차 차체용 부품(47%) 등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을 키웠다.

올 상반기에 소재·부품분야의 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2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상반기 대일 무역수지 적자(108억달러)도 작년보다 8.9% 줄었다. 지경부 이승우 부품소재총괄과장은 "소재·부품 국산화율이 높아졌고, 수입선을 다변화한 결과"라고 했다.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핵심 IT소재 등 고부가가치 부품의 경우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LCD TV 패널에 들어가는 필름인 TAC필름, 반도체 제조용 금선의 대일 수입비중은 각각 99.5%, 83.2%에 이른다. 무역협회 신승관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기술력이 높아졌지만 핵심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