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아닌 카메라로 아이들 꿈 찾아준 신부님

아이들은 일회용 카메라에 꿈을 담아왔다. 신부(神父)는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가져다 전시회를 열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오지 마을, 가난 속 아이들의 미소는 더 빛났다.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오지 아이들의 꿈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놨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차풍(車豊·37·사진) 신부가 다음 달 8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26번째 '꿈꾸는 카메라'(www.cumca.co.kr) 전시회를 연다. 그는 2009년 10월 잠비아 아이들에게 카메라 2000개를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부룬디·몽골·라오스·스리랑카를 총 10여회 다녀오며 '꿈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시에 나오는 사진들은 아이들이 직접 찍은 '작품'이다. 알음알음으로 만난 자원봉사자들이 국가별 팀을 만들어 차 신부와 함께 움직인다.

3일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그는 "꿈카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꿈꿀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라고 했다.

"많은 분이 '왜 빵이 아닌 카메라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동냥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하고 답하죠. 배고프면 빵 줘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피 터지고 아프고 배 나온 사진을 보고 그저 불쌍한 마음에 빵을 주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차 신부는 "불행해서, 처참해서가 아니라 저들도 그 안에 재능과 능력과 꿈이 있고 희망을 갖고 있다는 걸 봐야 한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의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중물"이라고 했다.

차 신부는 처음 잠비아 꿈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금을 깨 종자돈 1000만원을 마련했다. 성당을 돌며 취지를 설명하고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드리겠다'며 모금도 했다. 어렵게 7명의 봉사자와 함께 찾아간 잠비아에서 7개 학교를 돌았다. 봉사자들과 함께 노래하고 웃고 떠들자 아이들은 마음을 열었다. 2000여명의 아이가 1주일간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누볐다. 돌아와서 한 달여 만에 필름을 받아 현상했을 때,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은 '우리에게도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꿈카'의 봉사자들은 각자 능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아이들에게 뭘 해줄지 고민했다. 부룬디의 한 마을에는 게임기업 넥슨의 후원을 받아 도서관을 만들어줬다. 차 신부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 했다. 봉사자들이 버려진 교실 한 곳에 페인트를 칠하고,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불을 켰고, 책을 채웠다.

잠비아에선 마을 학교에 우물을 팠다. 그곳 아이들이 "물 뜨러 갔다 오는 데 왕복 서너 시간이 걸리는 통에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했기 때문. 아이들은 이제 물통을 들고 학교에 나온다. 라오스 마을 아이들에게는 전통 음악가의 꿈을 이루도록 현지 전통악기를 사줬다. 스리랑카에선 후견인 없는 복지시설의 부모 없는 아이들과 함께 해변으로 소풍을 갔다. 후견인이 없으면 외출을 못하는 규정 때문에 시설 안에만 갇혀 지내던 아이들은 일일 후견인이 된 봉사자들과 해변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차 신부는 "한 번 다녀온 봉사자들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 다음 방문을 준비한다"고 했다. 물론 항공료와 체재비 등 비용은 스스로 낸다.

차 신부는 꿈카 프로젝트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킬 구상도 하고 있다. 부룬디의 커피를 수입·판매해 그 수익금 펀드로 운영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회"라 했다.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어요. 능력과 재능이 없고 게을러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는 거예요. 돈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재능과 능력을 스스로 뽑아낼 기회를 주기만 하면 이 아이들이 마을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성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