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여보, 술 깨… 우리 가족은 절대 안 깨질 거야

쓰카하라(아사노 다다노부)는 바지에 오줌을 싸고 아내 유키(나가사쿠 히로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변기 가득 시뻘건 피를 토하고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질 때도 있다. 모든 게 술, 술이 문제다.

12일 개봉하는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영화 '술이 깨면 집에 가자'(15세 이상 관람가)는 극심한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쓰카하라가 술을 끊고 가족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일본의 종군 카메라맨 가모시다 유타가의 자전적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술 좀 마셔본 성인이라면 누구나 술 끊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 안다. 쓰카하라도 술을 끊겠다는 약속을 혼자서는 지키지 못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이 시점부터 우리가 가진 통념을 깨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울하기만 할 것 같던,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위한 정신병원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쓰카하라가 위장 치료 때문에 좋아하는 카레를 먹지 못해 분노하거나, 다른 환자가 아무런 혜택도 없는 식사 당번에서 잘렸다고 서운해하는 장면에선 초코파이를 먹고 싶어 일요일마다 종교행사를 간다는 우리네 훈련소 신병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무심한듯하면서도 따뜻하게 쓰카하라를 보듬는 가족들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행복한 것만도 아니다. 성실하게 적응해 가던 쓰카하라에게 또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한 번도 얼굴을 붉히거나 화내지 않던 쓰카하라의 아내 유키도 눈시울을 붉힐 만큼 이번 시련은 강도가 좀 세다. 슬픈 장면이지만 관객의 눈물을 짜내겠다는 의도는 추호도 없어 보인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만 전달해주고, 그로 인한 구구절절한 부분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그림 속 나의 마을'로 199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히가시 감독의 관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어느 때는 슬픔이 기쁨인지, 기쁨이 슬픔인지 모르겠어요. 슬픔이 내 안에 가득 차오르면 그게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르겠어요.”(쓰카하라가 아프다는 의사의 말에 아내 유키가 하는 말).

#장면 알코올 의존증 치료 병원에 입원 중인 쓰카하라와 가족이 병원에서 면회하는 장면(소풍인 양 도시락을 싸오고 왁자지껄 떠드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가족애).

#이런 분들 보세요 배꼽 빠지게 웃기거나 질펀하게 눈물 빼놓는 영화가 지겨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