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는 없다" 中 20~30代 작가 8명 그룹전

중국 작가 하오량(?量·29)은 아스라하고 서정적인 남송(南宋) 화가 마원(馬遠)풍의 필법으로 투명한 옷자락, 나비의 날개, 꽃과 나뭇가지 등을 그린다. 하지만 중국 화가들에게 전통 기법은 오랫동안 금단의 영역이었다. '보수의 상징' '유한계급의 것' 등으로 폄하하는 사회분위기 때문. 쩡판즈(曾梵志·48)를 비롯한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중국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최근 몇 년 새의 일이다. 그러나 1983년생인 하오량에겐 처음부터 이러한 금기가 없었다.

하오량의 '해부' 시리즈(2011)를 비롯해 1970~1980년대생 중국 작가 8명의 작품 60여점을 모은 그룹전이 열린다.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유희적 저항'전은 체제의 거대 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중국 30대 이하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볼 기회다.

영상작가 예링한(?d凌翰·27)은 사회주의의 유령을 상징하는 폐허가 된 공장에서 고래가 유영하고 비행선이 날아다니는 초현실적 작품을 선보였다. 화가 짱쿤쿤(臧坤坤·26)은 동네마다 설치된 운동기구들을 조합해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든 회화를 내놓았다. 정부가 설치한 이 운동기구들이 시민에 대한 배려라기보다는 권력이 개인의 육체를 길들이기 위한 도구로 해석한 것. 작품 가격은 어떨까? 전시를 기획한 윤재갑(2011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씨는 "한 점당 600만~700만원 선이다. 중국이 미술시장을 지배한다지만 쩡판즈, 장샤오강처럼 점당 100억원대까지 치솟은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02) 720-15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