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글로벌한 박학다재(博學多才)" "다산학, 세계질서에 공헌"

"다산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500여권이나 저술을 남긴 '박학다재한 인간'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교할 만하다." (바우더베인 발라번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다산의 실학 정신은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새로운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황쥔제·黃俊傑 대만대 인문사회고등연구원장)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산의 사상을 21세기 세계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막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황쥔제 원장은 "다산학에 내포돼 있는 풍부한 사상적 유산과 정신적 자원, 특히 '사물이 원리에 앞선다(事先理後)'는 실학 정신과 문화적 가치로 정치·군사적 충돌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세계질서 건립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산의 실학사상은 우리에게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것을 일깨워주는데, 이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행위(事)를 완성한 뒤에야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理)를 건립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理)'는 권력을 장악한 소수 국가에 의해 통제되어 약소국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2012년 다산 탄신 2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우성)가 주최하고 다산학술문화재단(이사장 정해창)이 주관하는 이번 학술회의의 부제는 '문명 전환기에 다시 읽는 다산학'. 6일 프레스센터, 7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이어지며 해외 학자 13명을 포함해 50여명의 학자가 다산의 학문과 사상을 재조명한다.

이날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성리학과 다산 사상의 관계 정립, 다산과 천주교와의 관계 규명, 다산학단에 대한 연구 심화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다산학 연구의 심화 발전을 위해서는 '여유당전서'의 정본화(定本化) 사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6~7일에는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 바우더베인 발라번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등이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인다. 바우더베인 발라번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세계적으로 다산만큼 높은 수준으로 다양한 분야에 몰두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며 "문헌학적 텍스트 비평, 정치철학, 통치학에서부터 교량을 건설하고 여름에 사용할 얼음을 보관하는 방법, 천연두의 원인과 예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룬 '박학다재한 인간'이다. 철학이나 지성사 이외의 다른 학문분야에도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산학의 세계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도널드 베이커 교수는 "다산은 여전히 한국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다산의 저술들을 한문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학자들이 필요하다. 유교 경전에 대한 다산의 주해서,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같은 자서전적인 글과 편지들, 친구나 친척들을 위해 썼던 묘지명 등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힘써야 한다"고 7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