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염 지속, 러시아선 홍수… 지구촌 기상 이변

기상재해가 세계 곳곳을 덮쳤다. 미국에선 폭풍우와 폭염으로 최소 36명이, 러시아에선 폭우로 152명이 숨진 것으로 8일(이하 현지시각) 집계됐다.

"멈출 줄 모르는 폭염이 미국의 절반을 굽다"는 AP통신 제목처럼 살인 폭염(killer heat)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워싱턴DC에 이르는 미 중서부와 동부 지역을 열흘 넘게 달궜다. 더위는 7일 절정에 올라 워싱턴DC 섭씨 40.5도, 세인트루이스 41도, 인디애나폴리스 40도, 필라델피아 38.5도, 뉴욕 35도 등을 기록했다.

워싱턴 당국은 폭염에 따른 철로 변형으로 지난 6일 열차가 탈선하자 지상을 운행하는 열차 운전자들에게 평소보다 시속 32㎞를 감속한 최고 시속 56㎞로 속도를 제한할 것을 지시했다. 일리노이·위스콘신주는 고속도로 통행을 일부 통제했다. 세인트루이스는 폭염으로 1936년 420명, 1980년 153명이 사망한 이래 최악의 피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중서부 지역 콩·옥수수 재배농가 상당수는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장기 폭염의 원인을 미 대륙 중서부와 동부에 형성된 강한 고기압대가 한랭전선의 남하를 막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중·동부지역은 9일 기온이 떨어지겠지만, 이번 주 초반 중서부와 동부 해안에 강력한 폭풍우가 예상된다고 NWS가 예보했다.

러시아 남서부 흑해 지역에선 지난 6일 밤부터 7일 새벽 사이 내린 폭우로 152명이 사망했다. 최대 피해지역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소치에서 북서쪽으로 200㎞ 떨어진 주민 5만7000명이 사는 크림스크 지역이라고 AFP가 전했다. 이곳에서만 시신 140구가 발견됐다. 두 달치 강수량이 한밤 2시간여 동안 쏟아져 피해가 컸다. 알렉산더 트카초프 크라스노다르주(州) 지사는 "70년 만의 집중호우로 5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흑해 최대 항구 노보로시스크 당국은 항만에서의 석유·곡물 운송작업과 도시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주민들은 당국의 저수지 수문 개방, 경보 미작동 등 '인재(人災)'가 피해의 주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3기 들어 첫 재해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일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지역을 찾아 재해 예방 및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폭우가 계속돼 최소 1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