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에게 빵 주던 제과점 주인, 海士에 1억 기부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정문에서 1㎞ 떨어진 곳에 진해제과가 있다. 1946년 해사 개교와 함께 생겨난 곳이다. 이곳의 초대 사장인 문상이(88)씨가 사위 조충현(78) 예비역 제독(소장·해사 13기)과 함께 1억원을 모아 지난달 7일 해사 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문씨는 8일 "생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66년 전 문씨는 남편 전덕춘(1969년 작고)씨와함께 해사 앞에 이 제과점을 열었다. 원래 일본인이 하던 빵집이었는데, 종업원으로 있던 전씨가 해방 후 물려받은 것이다.

진해제과는 해사 생도들의 '쉼터'였다. 부부는 생도들이 찾아오면 빵 값보다 훨씬 많은 빵을 주거나 돈을 안 받기도 했다.

제과점 앞엔 해사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전씨 부부는 이 버스를 타야 하는 생도들이 제과점 안에서 기다릴 수 있게 했다. 외출·외박 때 집이 멀어 고향에 갈 수 없는 생도들이 와서 잘 수 있도록 2층 살림집 한쪽 방도 내줬다.

부부는 사위 둘도 해군으로 맞았다. 첫째 사위 조충현 예비역 제독은 "나중에 장모가 된 제과점 여주인께서 당시 생도였던 나를 누나처럼 잘 챙겨주셨다"며 "임관 후 여고생이던 제과점 딸 영어 과외를 하게 됐는데, 몇 년 뒤 내 아내가 됐다"고 했다. 둘째 사위는 송영준(해사 24기) 해병대 예비역 소령으로, 올해 작고했다.

문씨는 남편이 세상을 뜬 후에도 제과점을 운영했지만 1988년 건강이 나빠지자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문씨는 작년 12월부터 사위와 "해사에 기부하자"고 의논했다고 한다. 12년간 암 투병을 했던 첫째 딸이 세상을 뜬 직후였다. 조 예비역 제독은 "기부금에는 조의금으로 들어온 돈도 포함됐는데 하늘에 있는 아내도 기뻐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