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54] 20세기 초,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뜬 이유는

"여덜 온스(240cc)의 청량수 영양가는 계란 한 개, 우유 네 온스, 감자가 두세 온스, 도마도 사분의 삼 폰드(파운드·340g)를 당할 만하다. 그 소화력은 참으로 리상?T이라…."

조선일보 1925년 8월 11일자는 '여름과학' 상식으로 뛰어난 '청량음료의 효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량음료수라 하면 항용 '사이다' '시트롱' '라무네' '소다수' 등인데, 이것은 서로 일흠만 달랏지 다 가튼 것으로, 즉 물에다 '탄산가스'를 타서 거긔다가 맛을 들이고 살충을 식힌 것에 불과"했고(1929년 6월 9일자), "근본을 캐면 모다 리모나-드(lemonade)"였다(1933년 8월 6일자).

그럼에도 밀수(蜜水·꿀물)나 화채가 유일한 여름 음료였던 조선에 새로 등장한 청량음료는 "한 곱부쯤 마시면 창자를 씻어내는 듯 속이 후련"하고(1936년 5월 29일자), 그 '찌르르한 맛'과 '경편한 점'으로 여름철 수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았다(1936년 7월 14일자). 1928년 한해 '이것저것 모다 합하야 64만2천909타(771만4908병)'가 팔려 '조선 2000만 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청량음료를 마셨다'는 기사가 등장할 정도였다(1929년 7월 21일자).

탄산음료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06년 3월 인천 미곡상 평산송태랑(平山松太郞)이 화정1정목에 '인천 탄산수제조소'를 세우면서부터(한국사DB, 1932년 '조선공장명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하는 우스개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후(1917년경) 평양에 평안광천소가 설립돼 '금강 사이다'를 생산했고, 1930년대 들어서면 여름철 '혹서의 적, 가두의 구호신'으로(1933년 8월 6일자) 각광받으면서 조선 각지에 공장이 들어서 그 수가 모두 52개소에 달했다(1936년 10월 14일자). 이 중 조선인 경영은 1930년 경성 원동에 고흥찬(高興讚)이 세운 감천사(甘泉舍)가 유일했다(매일신보 1930년 5월 25일자).

조선 각지에서 생산된 청량음료는 '삼시(三矢)' '리봉' '랑화(浪花)' '기린(麒麟)' '백학(白鶴)'을 비롯한 수십종의 일본에서 생산돼 수입된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1933년 3월 19일자), 1937년 2월엔 '감천사'와 '인천탄산' 등 8개 업자가 연합한 '경인합동음료'가 설립돼(한국사DB 1937년판 '조선은행 회사조합요록') 경인지역 최대 음료 회사로 등장했다.

'경인합동'이 생산한 '스타' 상표의 사이다는 해방 후에도 살아남아 1960년대까지 후발 주자인 '서울'(1946년) '칠성'(1950년) 등과 경쟁을 벌였으나, 회사가 소주회사인 진로에 인수되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