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IT·車에서 화학株로 투자메뉴 변경

그리스 2차 총선(6월 17일) 이후로 기관 투자자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 5월 초부터 그리스 2차 총선 이전까지 주로 IT주(株)와 자동차주를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했던 기관이 최근 들어 화학주를 사들이고 있다.

화학주는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업종이다. 전문가들은 화학주의 주가가 이미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려갈 가능성이 낮아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며 화학주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점도 기관이 화학주를 사들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기관 입맛은 화학주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 기관은 총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은 LG화학을 1999억원 순매수했고, KCC를 1599억원 사들였다. 호남석유와 OCI도 각각 1387억원과 1293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순매수 금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화학주를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9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60억원을 순매도하면서도 KCC, SKC, LG생활건강 등을 사들였다. 다만 최근 많이 샀던 OCI, 호남석유 등은 47억원과 37억원 순매도해 비중을 다소 줄이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승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 국가) 탈퇴 우려가 완화되면서 증시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고,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업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살아났다고 말했다. 마침 그리스 2차 총선 이전 중국이 기준 금리를 4년 만에 인하해 경기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살아나던 시점이었다.

◇기관 입맛 바꾼 이유는?

중국 매출 비중이 큰 화학주는 올해 들어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좋지 않았다. 올 초부터 코스피지수가 0.6% 오를 동안 화학 업종 지수는 2.9% 떨어졌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자연스럽게 화학 관련 제품의 소비가 줄게 되고, 화학업체의 실적도 악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학주 주가가 저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추가로 내려갈 것이란 우려가 사그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주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향후 상승할 여력이 많다는 점이 기관이 화학주를 담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윤소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IT와 자동차 업종보다는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소재 업종에 기관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국이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관이 화학주를 순매수 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지난 2008년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이루어지면서 화학주가 반등할 계기를 마련했듯 최근 중국의 금리 인하 역시 화학주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대출 금리(0.31%포인트)를 예금 금리(0.25%포인트)보다 더 많이 인하한 것은 중국의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화학제품 수요 회복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화학주가 급격하게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무리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2008년에는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한꺼번에 이루어졌지만 현재 경기 부양책들은 그때만큼의 강도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