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꼬박꼬박 '돈의 맛'… 아직도 몰라?

은퇴자 정모(67·서울 서초동)씨는 요즘 스스로를 'ELS(주가연계증권) 중독'이라 할 만큼 ELS 투자에 푹 빠져 있다.

4년 전 처음 가입한 ELS에서 6개월 만에 연 11%(세전)의 수익을 얻자 투자금을 ELS에 몰아넣어 지금은 현금 자산의 절반인 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요즘처럼 금리도 낮고 주식시장도 불안한 때에 연 10%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매달 0.8%의 수익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월지급식 ELS'의 장점에 주목, 이 상품에만 1억2000만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 결과 정씨의 통장엔 요즘 매달 90만원씩 들어온다.

ELS가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씨처럼 ELS의 맛에 빠진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ELS의 종류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수익률은 낮추되 안정성을 높인 '월지급식 ELS'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은퇴자들의 효자 '연금형 ELS'

최근 대세로 떠오른 ELS는 지수형 월지급식 ELS다. 대체로 코스피200 지수와 S&P500 지수 중 어느 하나라도 보통 3년 정도인 만기 시점에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하락하면 하락한 만큼 손실을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금 손실 없이 연 9~10%의 수익을 매달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중 월지급식 상품은 매달 수익의 일부를 이자식으로 주는 상품인데, 일반 상품보다 수익률이 1~2%포인트 정도 낮지만, 만약 만기 때 원금 손실을 볼 경우 매달 미리 받은 이자로 손실분을 벌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매달 받은 이자를 또 다른 금융상품에 적립 투자해 복리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요즘은 수익률을 연 8%대로 낮추되 주가지수가 60~65%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 손실을 보지 않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퇴자들의 투자 성향에 맞춰 한국이나 미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요즘 판매되는 ELS의 절반이 지수형 월지급식 ELS이고,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춘 상품이 인기"라고 전했다.

◇종목형 ELS는 낙폭 과대 우량주를 잘 골라야

지수형 ELS에 자신감이 붙은 투자자들이 좀 더 고수익을 노리며 투자하는 것이 종목형 ELS다. 특정 종목 2개 중 하나라도 주가가 45~50% 이상 하락하면 그만큼 원금 손실을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연 13~15%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다. 주가지수와 달리 개별 종목 주가는 변동성이 높고 위기 때 끝없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통 3년인 만기를 기다리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우량주를 잘 고르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부장은 "해당 업종에서 시장점유율 1~2위 정도를 차지하고 재무 건전성이 괜찮은데도 대외 불안 때문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낙폭 과대 우량주'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많이 발행되는 ELS 종목 중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GS, LG화학, 호남석유 같은 종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삼성전자처럼 주가가 많이 오른 주도주나 주가가 많이 내렸더라도 업황이 너무 부진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종목은 피하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코스피지수와 우량주 2개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지수·종목 결합형' ELS도 발행되고 있다.

◇상승장 노린다면? '고수익 조기종료 ELS'

만약 하반기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좀 더 공격적인 투자로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ELS 중에는 개별 종목 주가가 가입 6개월 후 90~ 110% 이상이면 연 16~20%의 고수익을 주는 것도 있다. 이른바 '고수익 조기 종료 ELS'이다. 그러나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이런 상품은 보통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지수형 ELS에 비해 주가 하락 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ELS(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y)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이 보장되고 정해진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주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 폭락하면(통상 가입 시점의 40~60%) 그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만기는 3년이지만, 가입 후 매 4~6개월마다 주가가 정해진 수준 이상이면 정해진 수익률로 조기 상환되는 조건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