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조선 후기 화가 정선) 산수화 그대로… 수성동 계곡 되살렸다

조선 후기 진경(眞景)산수화 대가였던 겸재 정선은 인왕산과 북악산에 걸친 장동(壯洞) 일대의 경승지 8곳을 그려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으로 남겼다. 그중 인왕산 수성동(水聲洞) 계곡을 그린 작품이 있는데, 이 일대를 서울시가 그림 속 풍경에 가깝게 되살려 11일 시민에게 공개한다.

이 자리는 1971년부터 종로구 옥인동 옥인시범아파트가 있던 곳으로 시는 2010년 건물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를 철거하고, 대신 역사·생태 문화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1060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했다.

옛 수성동 계곡처럼 암석 지형을 회복하고, 소나무·상수리·산철쭉 등 크고 작은 나무 1만8477그루를 심었으며, 사각 전통 정자인 '사모정'을 설치했다. 암반은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드러냈다. 정선이 이 그림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관람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수성동 계곡은 2010년 서울시 기념물 제31호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복원의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정선 그림에도 나온 돌다리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를 포함, 계곡부·토지 1만97㎡를 기념물로 정했다.

이곳은 정선의 회화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시에도 '수성동 빗속에 폭포를 구경하다(水聲洞 雨中觀瀑)'로 등장하는 등 명승지로 잘 알려져 있다. 비해당(匪懈堂)이라고 일컫던 안평대군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수성동 계곡이 옛 모습을 찾게 되면서 인왕산 서울 성곽길(한양 도성)과 함께 서촌 지역 대표적 역사 경관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녹지국장은 "최근 비가 내린 뒤 현장을 방문해보니 경관이나 물소리가 선인들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개발 시대에 사라졌던 수성동 계곡이 옛 모습을 되찾은 만큼 앞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