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건 뭐지? 生死의 스산한 공존

어느 날 밤 석호(김지석)와 인정(박진주)은 칠흑 같이 어두운 집안에서 영문도 모른 채 깨어난다. 휴대전화 시간은 멈춰 있고, 집안에선 때때로 괴상한 울음소리까지 들려온다. 더욱이 "나도 당신들과 같이 깨어났을 뿐"이라는 소희(박한별)는 뭔가를 숨기는 듯하다. '빈집'이라는 낯선 공간에 갇힌 세 사람이 망각(忘却)과 불신(不信)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시발점이다.

영화 '두 개의 달'(12일 개봉·15세 이상 관람가)은 '링'(1999) '레드아이'(2004)로 공포영화의 다양한 공식들을 보여준 김동빈 감독과, '모녀귀'(2002) '이프'(2006) 등 공포소설을 써온 이종호 작가 등이 "새로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보겠다"며 만든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고스트픽처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타이틀 '두 개의 달'은 이승의 달과 저승의 달이 함께 뜨는 것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자가 공존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해석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잇따르는 끔찍한 일들, 폐쇄된 공간에서 더욱 커지는 주변 인물에 대한 불신. 제작진은 관객에게 사건과 심리 중심으로 조금씩 옥죄어오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귀신이나 연쇄살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던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노선이다. 영화 전반부에서 "저 사람은 뭐지?" "이건 대체 뭐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스산한 기분이 드는 건 잘 짜인 스토리와 감독의 노련한 연출 덕분이다. 배우들은 폭넓은 연기로 상황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달라지는 입체적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낸다. 특히 '댄싱퀸' '차형사' 등에서 코믹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라미란이 섬뜩하고 미스터리한 인물 '연순'으로 변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두 팔에 송송한 소름으로 기억될 정도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문제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점.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되어줘야 할 반전은 평소 눈치가 빠르지 않은 관객도 쉽게 알아챌 정도로 일찍 김이 샌다. '엑소시스트'와 '사다코'를 합쳐놓은 듯한 일부 장면은 무섭기는커녕, 공포영화 팬들이라면 친숙함마저 느끼게 하는 클리셰(상투·관습적 표현) 같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유일하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소희가 잇따른 괴상한 사건 때문에 겁먹은 석호와 인정에게 하는 말. 영화 후반 극 중 인물의 사연이 드러나고 나면 이 말의 함의를 알게 된다.)

#장면 자신이 왜 이 집에 들어왔는지를 깨달은 석호가 치밀어오르는 서러움과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

#이런 분들 보세요 터널, 동굴, 지하실 등 컴컴한 공간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느끼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