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조원 수주戰… 카타르는 지금 '건설 월드컵'

지난 1일 낮 카타르 수도 도하의 구도심 무샤이렙(Msheireb) 지역의 한 공사장. 현대건설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를 쓴 인도·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골조가 한창 올라가고 있는 건물 속에서 망치와 톱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건설이 총 12만5000㎡(3만7900평) 규모의 카타르 왕가의 집무동과 경호동을 짓는 현장이다.

40도가 넘는 열기로 뜨거운 도로에는 대형 덤프트럭이 쉴새없이 오간다. 도하에는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어 도시 전체가 공사장 모습이었다. 12년째 도하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출신 폴 라주(42)씨는 "최근 3년간 카타르가 정말 빠른 속도로 달라졌고,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타르 전국이 공사 중

카타르는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했다. 2024년 올림픽 유치에도 도전한다. 현지 건설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1850억달러(210조원) 규모의 공사 발주가 쏟아질 전망. 각종 경기장과 지하철·고속도로·호텔 등을 새로 짓는 것이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낡은 도로 등에선 재건축이나 확장 공사가 이미 시작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못지않게 고급 건축물도 즐비하다. 도하의 해안가 웨스트 베이(West Bay) 지역과 인공섬 '더 펄(The Pearl)' 인근에는 30~40층짜리 고급 오피스 빌딩과 고급 아파트 수십채가 마천루를 이룬다.

변화의 원동력은 자원을 통해 비축한 부(富). 카타르는 천연가스 매장량(25조3000억㎥)이 세계 3위이고, 원유매장량(259억배럴)은 세계 11위다. 2010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9.4%. 1인당 GDP도 9만달러에 달해 세계 2위였다. 금융·경제기능에 중심을 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고 있는 두바이와 달리, 카타르는 자원이 풍부해 국제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는 평가다.

◇수주경쟁 치열한 '건설 월드컵'

210조원 규모의 공사물량을 놓고 세계 각국의 건설사는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수주전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살리니, 스페인 OHL그룹, 오스트리아 포르, 터키 바이투르 등 건설사 40~50곳이 진출한 상태다. 최근 발주된 한 고속도로 공사에서는 10여개국 건설사 26개가 한꺼번에 입찰에 나서는 일도 생겼다.

국내 건설사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가장 많은 준공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38억7000만달러(4조4170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루사일 신도시 고속도로와 국립박물관 공사 등 국가 차원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도 최근까지 12억6100만달러(1조4300억원) 공사를 수행했다.

루사일 고속도로와 랜드마크 조형물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하영천 상무는 "앞으로 4~5년간 월드컵 관련 공사 발주가 집중될 것"이라며 "경쟁이 심해도 지금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영영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특수를 노리는 중견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ED(발광다이오드) 등 조명업체와 중장비 대여 업체 등이 진출 시도를 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지난 5월 도하에 무역관을 처음 열고 기업 지원을 시작했다. 박태화 도하무역관장은 "건설 외에 전력이나 통신 분야도 한국기업이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카타르 인구는 170만명 정도. 소비 시장 역시 그만큼 작다. 또 월드컵 이후에는 공사 발주가 크게 줄고 각종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