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암흑기… 자산을 '패닉룸(자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대피소)'에 넣어라

하반기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재테크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이란 재테크의 양대 축이 함께 침체 양상을 보이자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같은 재테크 암흑기에 살아남으려면 어떤 투자법이 필요한 걸까. 본지는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심장부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부자 고객들을 응대하는 대표 PB(프라이빗 뱅커) 8명에게 하반기 자산관리 전략을 물어봤다. 강남파이낸스센터엔 국민·신한·외환은행, 미래에셋·삼성·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 삼성생명 등 8개 금융회사가 입주해 있는데, 이들 8개사가 운용하는 고객 자산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한다. 대표 PB들은 "수익이 난 자산은 정리해서 최대한 현금 비중을 높이고, 정부의 세제 개편에 대비해 세(稅)테크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비 모드'로 돈 굴려라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재연되지 않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인 자산 운용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재난이 터져도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패닉룸(panic room·대피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주식과 같은 고위험 자산 비중은 줄이고 예금·채권·보험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나 세법 개정 움직임에 비춰볼 때 즉시연금이나 저축보험 같은 절세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김종설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부자 증세와 관련된 세법 개정이 예고돼 있으니 절세형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는 게 좋다"며 "일부 금융회사가 고객 유치 차원에서 연 4.9%까지 주는 특판 상품까지 내놓고 있어 가입 조건도 과거보다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비 모드 투자 상품으로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과 고금리 정기예금이 꼽혔다. 남원종 외환은행 센터장은 "유럽 위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 보니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됐다"며 "코스피가 50%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8~9% 수익이 나오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은 주가 횡보기에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있었다. 유직열 삼성증권 지점장은 "경기 회복 기조가 둔화되면서 3분기 중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금리 하락 시 중도에 팔아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 국고채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투자 기간을 길게 잡을 경우 원자재 투자를 권한 전문가도 있었다. 성열기 삼성생명 센터장은 "올해 원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는데, 앞으로 전 세계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유동성을 풀게 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고, 그러면 원자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은 쳐다보지 마라

최근 주택시장에선 집값 바닥 논쟁이 뜨겁다.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인 집값이 바닥을 찍고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 PB 8명 중 7명이 주택시장 전망을 어둡게 봤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주택 가격 상승엔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실거주 목적의 주택 투자라도 보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센터장도 "경기 회복 시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같은 임대형 주택의 경우 최근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가가 급등해서 최종 수익률이 4~5%에 머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발품을 팔면서 입지 좋고 값싼 알짜 물건을 골라야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PB들은 조언했다.

반면 김영규 KB국민은행 센터장은 "2009년부터 서울·수도권 지역에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어 현재 수준은 저점"이라며 "실수요 목적의 내집 마련이라면 지금이 주택 구입의 적기"라고 말했다. 다만 자기자본 없이 대출을 많이 끼고 구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