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소득·부채·물가… 4가지 소비 변수 다 안 좋아"

'내우외환(內憂外患).' 하반기 한국 경제를 내다보는 전문가들 대다수의 시각은 이 네 글자로 요약된다.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고 미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중국 경제가 둔화해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내수마저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여전히 대외 여건이 불안하다. 내·외수 동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는 고용, 소득, 부채, 물가의 4가지 변수로 결정되는데 문제는 현재 이 4가지가 모두 안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은 내실이 좋지 않고, 여기에 가계부채 부담이 계속 되고 있고, 물가는 최근 몇 달간 상승률(전년 대비) 자체는 낮아졌지만 작년 급등했던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소비자 체감 수준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부진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강화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노력이 소비를 침체시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비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의 60%대에서 2011년 기준 50%대 초반으로 내려와 있다. 잘못하면 올해 50%대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발 위기가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하반기에도 대외 변수가 걱정이라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재우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위원은 "하반기엔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경기 둔화와 재정절벽(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문제 등 잠재된 위험 요인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출에 직접 타격은 물론, 내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기 둔화 위험이 연초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