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고정금리로 30년간 원리금 갚는 '적격대출' 인기몰이

지난 2007년 경기도 남양주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H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던 A씨는, 얼마 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의 '순수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탔다. H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으면서 원금과 이자를 30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어 매달 갚는 금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소 10년, 최장 3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유동화 적합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 일명 '적격대출'〈키워드〉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없고 대출 기간이 길어 상환 부담이 적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출시 4개월 만에 10배 성장

적격대출은 현재 SC·씨티·하나·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SC·씨티은행이 올 3월 처음 선보였고 하나·농협은행이 지난달에 적격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주택금융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품을 구상 중이며 국민·신한은행 등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어 선택 폭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적격대출은 이용실적이 4개월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3월 한 달간 1236억원이던 대출금액은 지난달 1조1391억원으로 늘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은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부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 금리 연 4.4%로 저렴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단독주택을 담보로 최소 10년 이상, 최고 5억원(담보인정비율 70% 이내)까지 빌릴 수 있다. 금리 등 세부사항은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용 실적이 가장 많은 SC은행의 '순수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기간이 10·15·20·30년이고 금리가 연 4.4~4.7%다. SC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 금리는 기존 고정·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보다 약 0.2~0.4%포인트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3년 내 상환하면 상환금액의 최대 1.5%를, 5년 내 상환하면 최대 2%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현재 SC은행의 대출금리(만기 10년 기준)가 적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4개 은행 중 가장 낮아 경쟁력이 있다. 농협은행의 적격대출 상품은 거치기간 없이 할부 상환하는 경우 0.1%포인트 금리를 깎아주고 다른 은행의 상품과 달리 대출기간을 10년 이상 30년 이내에서 1년 단위로 정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하나은행의 '7535 모기지론'은 최장 대출기간이 35년으로 다른 은행보다 5년 더 길다.

◇금리 내린다는데 괜찮을까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에서는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가입 당시 적격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아도 시중금리가 계속 내려가면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소비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다. 금융권에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중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상환할 계획이 있다면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게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실수요자라면 만기 10년 이상에 금리가 고정되어 있는 적격대출이 더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수년간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적격대출이 안전하다"며 "5년이 지나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에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적격대출(Conforming Loan)

만기가 최소 10년 이상인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가 요구하는 조건대로 상품 구조를 짠다는 의미에서 '적격'이란 이름이 붙었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 대출 회수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채권을 만들어 발행하게 된다. 대출금액 5억원 이내, 만기 10~35년, 담보주택가액 9억원 이하 등의 조건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