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가장 유망한 투자 자산, 국내주식<47%>·해외채권<24%> 順 꼽아

◇저평가된 한국 주식이 답

위험 자산에 대한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주식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자산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62명(47%)이 국내 주식을 꼽았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낮아졌고, 향후 연기금이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유망하다는 것이다.

그다음 유망한 투자자산은 해외채권이었다. PB들은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中)위험·중(中)수익' 상품군의 대표 상품인 해외채권의 전망을 밝게 봤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 알려져 있는 하이일드채권펀드나 신흥국(이머징) 채권형 펀드는 정기예금이나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이일드채권펀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인 'BB+' 이하를 받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물론 하이일드채권펀드는 '정크본드(투자 위험이 큰 채권)'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 때문에 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냐는 인식도 많다. 하지만 투자부적격 등급인 기업이라고 해도 영업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기업의 채권만 골라 투자하기 때문에 부도 위험 자체는 높지 않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구조화펀드도 23명(18%)으로 하반기 유망한 투자자산으로 꼽혔다. 주식투자 유망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한국'을 61명(47%)이 선택해 1위로 꼽았다. 이어 미국을 꼽은 PB도 26명(20%)에 달했다. 뒤를 이어 중국(19%), 유럽(7%), 브라질(2%) 순이었다. 반면 일본과 러시아를 선택한 PB는 1명(1%)뿐이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정된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최고 20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리스·스페인 등 유럽 재정 위기 문제가 불거지며 금융시장이 요동칠 경우 주가가 170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골드클럽 PB팀장은 "성장성과 주식 가치 측면에서 국내주식형 펀드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가장 경쟁력 있다"면서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높은 이자수입을 쌓아갈 수 있는 하이일드채권펀드를 비롯해 해외채권형펀드, 높은 변동성과 낮은 채권금리를 고려한다면 ELS 등의 구조화펀드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예상 수익률 연 8~11%, 눈높이 낮춰라

PB들은 국내 주식을 하반기 최고의 투자처로 꼽았지만, 기대수익률은 연 8~11%로 그리 높지 않았다. 한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나은 투자처'일 뿐이지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가져다줄 '대박 투자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 채권의 경우 연 4~5%, 해외채권(하이일드)은 연 5~6%, 국내 주식은 연 8~11%를 기대하고 있었다. 주식투자 수익률을 연 17% 넘게 기대한다는 PB는 한 명도 없었다. 채권 수익률도 연 9~10% 이하를 기대한다고 답한 PB는 3명에 불과했고, 연 10%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대하는 PB는 한 명도 없었다.

정준환 하나은행 PB팀장은 "투자 자산군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낮은 눈높이로 접근하고, 현실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는 PB들이 많았다"며 "예전에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이 연 8%였던 시절에는 최소 연 10% 이상의 수익을 주식에서 거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엔 목표 수익률을 연 8~11%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각종 외부 변수들 때문에 주식시장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일수록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된다.

하반기 국제유가(WTI) 가격은 배럴당 80~9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46명(3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90~100달러 이하로 예상하는 답변도 41명(32%)에 달해 하반기에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지 않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4명 중 1명 "하반기 전망 어둡다"

하반기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그리스 등 유럽재정위기 확산을 꼽은 PB가 79명(61%)으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경기 저성장을 우려하는 PB들도 32명(24%)이나 됐고 미국경제 침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답변도 12명(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대다수 PB가 하반기 금융시장은 상반기처럼 현상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4명 중 1명꼴로 금융시장을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금융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한 PB는 23명(18%)에 불과했다.

정준환 팀장은 "세금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예금에 돈을 넣어봤자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불과하다"면서 "안전 자산 투자도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경우 목돈 마련을 위해선 다소 위험을 감수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올 상반기에 PB들이 고객에게 제안한 상품군 중에서는 구조화 상품(ELS·DLS)이 가장 높은 호응을 받았고, 이어 하이일드채권펀드(12%), 국내 주식형 펀드(7%), 국내 채권(5%) 순으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이일드채권펀드, 국내채권보다 유리… 주식투자 유망 국가 1위는 한국
국내 주식 기대 수익률 8~11%… 눈높이 낮추고 안정적 투자해야
최대 위험요인은 유럽재정위기 확산… 4명 중 1명 "글로벌 저성장 우려"

올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미국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됐고, 유럽 재정위기는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와 금(金) 등 원자재 가격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2년 한 해의 반환점을 돌고 절반을 남겨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은 안갯속에 빠져 있다. 올해 남은 6개월, 재테크 지도는 어떻게 그려야 할까. 그 어느 때보다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머니섹션 M이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이달 초 큰손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하나은행 프라이빗뱅커(PB) 13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