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자 모리츠, 통 큰 장학금

"가난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전설적 벤처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58)가 11일 7500만파운드(1300억원)의 장학금을 모교인 옥스퍼드대학에 내놓았다. 학부생 대상 장학금으로는 유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부금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의 회장인 모리츠는 미국 시사잡지 타임 기자 출신으로 구글·유튜브 등에 투자해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 미다스의 손'으로 불려왔다.

모리츠는 "위대한 혁신가는 가장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견딘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들의 성공은 장학금 때문에 가능했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리츠는 "나의 아버지도 독일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와 장학금으로 공부했다"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드루 해밀턴 옥스퍼드대 부총장은 "장학금은 학생들의 선택을 제한해온 모든 장벽을 제거해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영국은 최근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3290파운드(590만원)에서 9000파운드(1600만원)로 세 배 인상해 올가을 학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가난한 학생들이 '등록금 빚'에 허덕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케임브리지대학과 함께 영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옥스퍼드대는 비싼 수업료 때문에 부유층과 귀족들을 위한 대학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옥스퍼드대학은 모리츠의 기부금에 다른 기부자의 돈을 보태 3억파운드(5300억원)의 장학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연소득 1만6000파운드(2850만원) 이하 저소득층 출신 학생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한다. 우선 올가을 학기부터 매년 100명에게 졸업 때까지 연간 1만1000파운드(2000만원)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