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디자이너 'CY CHOI' 그 탄탄함이 주목받는다

데뷔 3년차, 그러나 나이는 불혹(不惑). 최근 국내외 패션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최철용(40·사진)씨는 반전(反轉)의 '늦깎이' 디자이너다. 2009년 프랑스 파리에 자신의 남성복 브랜드 'CY CHOI(씨와이초이)'를 론칭해 유럽에서 먼저 호평받았지만,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아직 거기에 못 미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2012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하고, 최근에는 서울시의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 '2012 Seoul's 10 soul(서울 텐 소울)'에 뽑혀 오는 10월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신사동 '씨와이초이' 사무실에서 만난 최씨는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다 우연찮게 내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며 "하지만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원래 전공은 섬유미술.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걸 완강히 반대하던 부모님 때문에 "일단 '순수예술'을 하는 척했다"고 한다. 그 후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의상디자인을 공부했고, 2003년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아카데미를 거쳐 수년간 이탈리아 패션회사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원래 유명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에 입사하는 게 꿈이었다"던 그의 데뷔를 이끈 건 최씨의 감각을 알아본 주변 지인들이었다. 데뷔 1년 만에 우영미·준지 등 우리나라 톱 디자이너가 입점한 프랑스 파리의 유명 쇼룸 MC2에 입점했고, 현재 런던·밀라노·프랑크푸르트·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 10여곳의 편집숍과 쇼룸에 그의 옷이 걸려 있다.

전문가들은 최씨 옷의 강점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고급스러운 원단, 잘 재단된 라인 등 마치 고급 맞춤복을 연상시키는 탄탄한 디자인'을 꼽는다. 최씨 자신도 고급스럽고 다양한 원단을 사용하는 걸 '씨와이초이' 옷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내세운다. 최씨는 "옷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사람보다 옷이 더 멋져 보이는 건 안 좋아한다"며 "내 옷의 중심은 디자인이 아니라 소재"라고 했다.

요즘 최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미' '자연미'로 대표되는 한국적 DNA를 옷에 더 많이 담는 것이란다. "요즘 유럽 컬렉션을 보면 기계로 만든 것처럼 아주 완벽하면서 딱딱 떨어지잖아요. 반면 우리나라 전통 옷은 보다 정갈하면서 따뜻하죠. 완전한 듯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이런 특징을 '씨와이초이'만의 창의적인 강점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