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 자녀에 부모 3명 이상 인정' 확산 움직임

미국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의 션 케인씨 부부는 아내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딸과 함께 산다. 케인씨는 법원에 이 딸들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3번째 부모로 등록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승소했다. 자매의 법적 부모는 이제 3명이다. 케인씨는 자신이 세상을 먼저 떠날 경우 딸들이 또 다른 아버지를 통해 건강보험과 교육 등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빌 딜레이니의 두 딸은 한 주에 3일은 게이 커플인 아버지 부부와 나머지는 레즈비언인 어머니 부부와 보낸다. 이 아이들에겐 사실상 4명의 부모가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이혼, 동성(同性) 결혼, 혼외 출산 등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3명 이상의 부모를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부분 주는 현재 법적으로 등록 가능한 한 아이의 부모 수를 2명으로 제한한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부모의 수를 2명으로 제한하는 법을 폐지한다는 법안을 지난 5월 통과시켰고, 8월 하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 수(52명)가 공화당(27명)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하원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DC와 델라웨어주는 최근 3번째 부모를 '실질적(de facto) 부모'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실질적 부모'로 등록하면 아이에 대해 부모와 똑같은 권리와 책임을 갖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최소 6개 주가 3번째 부모의 권한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3명 이상 부모 허용'의 지지자들은 부모 수의 제한이 사라지면, 동성 부부같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 아래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서적·경제적으로 더 안정된 생활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법안을 발의한 마크 레노 주 상원의원은 "현재 존재하는 부모의 형태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3명 이상의 부모가 허용되면 무엇보다 자녀의 복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부모 수의 제한이 사라지면 부모의 반복되는 이혼과 결혼으로 한 아이의 부모 수가 3명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 아이의 정서와 양육 문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