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술집 위치 외워 범인 많이 잡았죠"

전화 신고자가 상호(商號)만 말하면 바로 해당 상호의 가게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112 시스템은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이다. 주인공은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의 전상민(51) 경위.

전 경위가 112 신고자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1년 전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사건 기록을 보면서부터다. 기록에는 112 신고자가 가게 상호를 이야기하며 "유영철을 그곳에서 본 것 같다"고 했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막연한 생각은 지난 4월 수원에서 일어난 '오원춘 사건'을 접하며 본격적인 실행으로 이어졌다. 전씨는 "경찰이 현장을 바로 급습했다면 피해자를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좀 더 정확히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상호를 112 시스템에 접목시킨다는 구상은 전 경위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전 경위는 26년의 경찰 생활에서 200명 넘는 수배자를 검거했는데, 평소 주변 음식점·술집·PC방 이름과 주소를 열심히 외워둔 게 큰 힘이 됐다.

전 경위는 지난 5월 구청을 방문해 의도를 설명하고, 구청에 등록된 대림3파출소 관내의 모든 음식점·술집·PC방·금융기관 등의 주소와 연락처를 얻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술을 훔치던 용의자를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잡은 것이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용의자는 편의점에서 도주한 상태였지만, 경찰관들이 가게 이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순식간에 포위망을 만들어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초에는 이 같은 내용으로 영등포경찰서에서 설명회가 열렸고, 한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영등포경찰서 전 지구대와 파출소에도 같은 시스템이 마련됐다.

전 경위는 "이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112 신고자들도 주변 상호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경위는 현재 스마트폰으로 이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