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골반을 쓴 기괴한 형태의 아기

폭 340㎝, 높이 230㎝의 철봉에 매달린 네 개의 그네. 그넷줄에는 밑싣개 대신 여성의 골반 형태 조형물이 달려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청동, 황동,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괴한 '그네'는 중국 작가 가오레이(高磊·32)의 2012년작 'T-3217'. 중국에서 '그네'란 혈통 보존 열망을, 여성의 골반은 생명을 내보내는 통로의 상징이다. 내달 19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청담에서 가오레이 개인전 'Projections(投射)'가 열린다. 작가는 "제왕절개 수술이 성행하면서 여성의 '좁은 골반'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제왕절개가 점점 더 인간의 자연출산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오레이 역시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그는 "제왕절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생명 자체가 '인공'의 산물이라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거대 담론보다는 '내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은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의 특징. 1980년생인 가오레이 역시 이 전시에서 자기 자신을 매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명의 우주인이 전쟁을 상징하는 악기인 북 위에 올라서 서로 마주 보며 교신하는 장면을 표현한 'A-9'는 '나'와 '또 다른 나' 간의 대립과 화해를 의미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제 안에서 투쟁하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전시에는 모두 22점이 나왔다. 가오레이는 "생과 사, 허구와 실재, 대립과 화해 등 '이원적 세계'가 내 주된 관심사"라고 했다. (02)541-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