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마술 보여주고 웹툰 만들고… 영화 마케팅의 진화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CGV 대학로.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가장을 다룬 일본 영화 '술이 깨면 집에 가자'를 놓고 '관객과의 대화'가 열리고 있었다. 관객들은 김영진 영화평론가,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와 함께 영화 속 장면에 담긴 심리를 분석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여느 '관객과의 대화'와 다르지 않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환각이 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참가자들 손에는 맥주가 한 캔씩 들려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영화사 조아 측은 "영화의 주 소재인 술을 마케팅에 활용해 시선을 끄는 전략"이라고 했다.

광고 위주였던 영화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영화의 주 소재를 부각시키거나 마술·웹툰 같은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는 등 이색 마케팅이 늘고 있는 것이다.

12일 개봉한 공포 영화 '두 개의 달'은 관객 55쌍을 초대해 '13일 금요일 상영회'를 열었다. 영화 콘셉트인 공포를 부각시키기 위해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왕세자 자리가 부담스러운 충녕이 궐 밖으로 나가고 충녕과 똑 닮은 걸인이 왕세자가 된다는 코미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8월 초 개봉예정)'는 영화 알리기를 위해 마술의 힘을 빌린다. 20일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최현우 마술사가 함께하는 영화 쇼케이스 행사를 여는 것.

살인 기생충을 다룬 영화 '연가시'의 투자·배급사 CJ E&M은 영화 개봉 전인 지난 5월 동명의 웹툰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옥수역 귀신' 등을 그린 작가 호랑의 웹툰이 공개된 직후 '연가시'라는 단어는 연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고, 영화는 개봉 11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창현 CJ E&M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인터넷 발달 등으로 관객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다 보니 마케팅이나 홍보에서도 이색적이고 특별한 것에 목을 매게 된다"고 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는 "마케팅의 성공은 독특함보다는 테마에 달렸다"며 "그 테마가 관객들이 원하는 것과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에 들어맞지 않는다면 잠깐의 관심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