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한국 청년이 만든 벤치 런던올림픽 기념공원에 앉다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의 주요 테마는 '친환경'이다. 런던 동부 올림픽공원은 옛 공장터와 빈민촌을 재개발해 조성했고, 개막식과 폐회식이 열릴 주경기장은 폐자재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25살 한국 청년 전주형씨가 디자인한 '친환경 벤치'가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개장한 공원 '플레저 가든(Pleasure Gardens)'에 설치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 런던 동부 로열독스 지역에서 문을 연 이 공원은 6만여㎡(1만8000여평)에 걸쳐 펼쳐진 거대한 '공장터 재활용 쉼터'이다.

전씨의 이 벤치는 최근 폐막한 '런던 건축 페스티벌'의 벤치 공모전에 당선됐다. 2004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는 '런던건축페스티벌'은 영국왕립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권위있는 도시·건축 축제로, 올해는 6월 23일부터 7월 8일까지 열렸다. 주최 측은 올해 처음으로 신인 건축가와 건축학도들을 대상으로 '플레저 가든'에 들어갈 벤치 공모전을 열었고 32개 작품이 당선됐다. 현재 유니버시티 칼리지 오브 런던의 바틀렛 건축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전씨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교통 혼잡 문제를 우려해 영국 정부가 올해부터 자전거 대여 시스템 '사이클 하이어(Cycle Hire)'를 운영 중인데, 사실상 제대로 된 자전거 거치대가 없는 현실에 착안했다. 특히 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도 입구밖에 세울 곳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전거 거치대와 벤치의 기능을 한데 합쳐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벤치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2명의 사람, 2대의 자전거'.

전씨는 "비가 자주 오는 영국 날씨를 고려해 디자인했다"고도 했다. 목재로는 파도 같은 나뭇결이 독특한 오쿠메(okume)종(種)을 선택하되, '마린(marine) 합판' 방식으로 벤치를 만든 것이다. 나무 사이 공간을 강하게 밀착시킨 마린 합판은 강도가 높고 습도에 강해 선박·부두 등에서 자주 쓰인다. "아늑하고 자연적인 느낌을 위해 원목을 선택했지만, 무엇보다 물에 잘 견디는 게 최대 관건이었어요." 물을 피하기 위해 벤치도 바닥에서 3㎝ 정도 띄워 그 사이를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으로 받쳤다. 벤치 뒤편에 설치한 자전거 거치대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모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전체적으로 직선으로 나무를 잘랐고, '빛을 산란시키는 깎은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쪽에 기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전씨는 한국 디자인의 힘을 알리고 싶어 일부러 제작도 한국 원목 시공업체에 맡겼다고 한다.

중3 때 호주로 유학해 건축 공부를 하려고 영국 대학에 진학했다는 전씨는 "건축은 공간을 공부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친환경이라는 이슈에 맞는,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