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명소] 매혹적인 악기들의 세계로 빠져볼까?

하프시코드, 수자폰, 마두금, 비파 등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귀한 악기들이 한곳에 모였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프라움 악기박물관'은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의 아름다운 강변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악기 박물관이다. 김정실(57·여) 관장이 런던, 파리, 빈 등지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악기들을 구해 직접 꾸민 '악기들의 공간'이다. 17~18세기에 만들어진 매혹적인 악기들의 세계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중세 유럽의 베네치아나 피렌체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박물관은 1491㎡ 부지에 지상 3층 규모.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선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제작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방이 보인다. 공방을 지나면 1층 전시실. 피아노의 전신으로 알려진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 6피트 그랜드피아노와 영국의 유명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에드워드 벤자민 브리튼(Edward benjamin Britten·1913~1976)이 1961년까지 소유했던 진귀한 피아노 등이 전시돼 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6피트 그랜드피아노'는 1897년 스타인웨이사에서 만든 것으로 고급가구에 사용된 목재상감으로 장식된 화려한 꽃무늬가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지금도 연주하기에 좋은 소리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레퀴엠' '심플 심포니'와 오페라 '빌리버드' '한여름 밤의 꿈' 등의 작품을 남긴 에드워드 벤자민 브리튼이 1961년까지 소유했던 그랜드포르테 피아노는 1808년 브로드우드사에서 제작된 악기로 하프시코드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소리의 강약 조절이 가능했던 모델. 당시 유명한 음악가였던 모차르트, 쇼팽, 베토벤 등도 즐겨 사용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스퀘어 피아노 등 여러 악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전시장 한 쪽, 유리벽 너머는 아이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관람객들에게 개방돼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 빛을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가면 바이올린·비올라·첼로와 하프 등 현악기군과 아코디언·오보에·클라리넷·색소폰 등 관악기군, 드럼·공·윈드차임 등 타악기군으로 나누어 전시한 공간과 베토벤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음악홀을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의 명기 '메시아'를 복제한 장 밥티스트 비욤(J. B. Vuillaum)의 바이올린, 최저음용 금관악기의 일종인 수자폰(sousaphone), 7개 페달상장의 좌우에 사자상을 조각해 장식성이 뛰어난 '더블 액션 페달 하프'등이다.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김정실 관장은 온 가족이 음악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피아노가 친숙해 악기박물관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전 세계의 이름난 박물관을 탐방하고 진귀한 서양 고전 악기를 직접 수집해 악기박물관을 세운 김 관장은 지금도 클라리넷 연주를 배우고, 이른 새벽에 출근해 잔디밭의 풀을 직접 뽑을 만큼 음악과 악기사랑이 각별하다. 현재 박물관에 있는 악기 중 김 관장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악기는 그랜드포르테 피아노. 경매가격은 3억5000만원 정도이다. 또한 비욤의 바이올린도 2억7000만원에 이르는 등 박물관 소장 악기를 값으로만 따져도 50억~60억원은 족히 넘을 거라고 한다.

박춘석(51) 부관장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바이올린 제작자 김남현씨와 함께 공방을 체험 공간으로 개방하고, 음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금요 정기음악회, 유명연주자도서관, 통기타 강습 등 음악을 통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회째를 맞이하는 토요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는 프라움 악기박물관의 자랑. 2층의 음악홀에서 매월 넷째 토요일에 열리는 콘서트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서혜경 연주회 등으로 그 진가를 선보였다. 7월에는 오페라 '마술피리'와 '라트라비아타' 의 주요 장면을 JB오페라단이 의상과 무대장치를 그대로 재현해 공연하고 8월에는 영화배우 이영하가 해설하는 '시네마클래식'도 선보인다.

매혹적인 악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선율에 몇 시간이라도 맘껏 빠졌다면 박물관을 빠져 나와 선홍빛으로 물드는 강물을 바라보며 여름밤을 즐기는 것도 프라움 악기박물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관람료 2000~ 5000원, 문의 (031)521-6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