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 앞두고 상장 기업들 '다이어트'

유럽 재정 위기의 재확산으로 전 세계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하자 상장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현금을 확보해 비상 상황이 오더라도 버텨내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슈넬생명과학은 계열회사인 에이프로젠의 주식 800만주(22%)를 160억원에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바이넥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슈넬생명과학이 보유한 에이프로젠의 지분은 11%로 줄었지만 이날 슈넬생명과학의 주가는 전날보다 2.7% 올랐다.지난달 28일에는 주식시장 마감 후 동양그룹이 이마트에 보유하고 있던 동양리조트 주식 전량(77만주)을 392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동양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양리조트를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음 날 동양의 주가는 가격 제한 폭까지 올랐다.

이 외에도 하이트진로도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자회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주식 전량을 영국의 주류업체 앨라이드 도메크(Allied Domecq)에 7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 세계 경기 둔화 모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상장사들이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을 결정한 횟수는 24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건)보다 20% 증가했다.

한 증권회사 연구원은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경기 한파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