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신 해외로… 건설사 사활 건 체질 개선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아프리카 알제리의 오염된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환경사업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였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은 "아파트 짓는 일만 해선 건설사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맨땅에 머리를 부딪치더라도 새로운 시장과 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택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체질(體質) 개선에 나섰다. 주력 분야였던 주택시장 비중을 줄이면서 새로운 해외시장과 신성장동력 찾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황 극복의 해법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신(新)시장 진출. 경쟁이 치열한 중동 대신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3조원 규모의 정유공장 공사를 따내며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에는 브라질에서 5조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공사를 맡았다. 국내 대형 건설사 31개의 총 수주액 중 해외 시장 비중은 2007년 평균 17%에서 지난해엔 38%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신시장 확대에 힘입어 전체 수주액의 절반 가까이(45.9%)를 해외에서 따낼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둘째는 환경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개척이다. 하천 복원이나 토양 정화 등 환경 분야는 시장 규모가 지난해 7967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1조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많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해상 풍력 분야를 새로운 성장 먹거리로 잡고, 풍력발전팀을 신설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GS건설도 지난해 말 스페인 물 처리 전문 업체인 '이니마(Inima)'를 인수하며 물 산업을 발전시킬 기반을 확보했다.

이니마는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세계 10위권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수처리 플랜트를 200곳 이상 시공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알제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바닷물 하루 20만t을 담수화할 수 있는 시설을 준공했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이니마 인수를 계기로 GS건설이 종합 수처리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을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처리 업체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셋째는 의료·신도시·자원개발 등 신규 사업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5월 이라크에서 9조원짜리 신도시 조성 공사를 따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부터 헬스케어팀을 따로 만들어 베트남·중국 등으로 의료 시설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 초에는 마이닝(mining) 팀을 새로 만들어 남미·호주 등에서 자원개발 인프라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넷째는 민자발전(IPP·Indepe ndent Power Producer)이 새로운 해법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시공기술을 갖춘 중국 건설사 등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SK건설이 대표적이다. 한국서부발전과 올해 초부터 라오스에서 짓고 있는 수력발전소가 완공되면 27년간 운영까지 담당하며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올해 초 민자발전 수주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섯째는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 사업이 쏠쏠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오피스텔·소형주택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올해 첫 분양에 나섰고, 대우건설도 올해 오피스텔 공급량을 연초보다 30% 늘려 잡은 게 대표적이다. 일반 주택시장에서는 향후 대형 건설사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이사는 "국내 시장 불황으로 2~3년 안에 대형건설사 중 해외 사업 비중이 절반이 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며 "다만 해외에서는 국내외 업체와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