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종합과세 개편, 저금리로 증세효과 미미"

'부자 증세(增稅)'를 목표로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연간 이자나 배당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무거운 세금(세율 38%)을 매기는 것을, 2000만~3000만원 이상만 벌어도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추세로 굳은 '저(低)금리 현상'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과 기준을 더 낮추더라도 실제 세수(稅收)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00만원으로 내려도 증세효과 미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 정기예금으로만 돈을 굴렸다고 가정했을 때 4000만원 이상의 이자 소득을 얻어 금융소득 종합과세자가 되려면 7억6200만원의 종잣돈이 있어야 했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 5.3%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금리가 줄곧 떨어져 올 5월 말 현재 만기 1년 정기예금 금리는 3.9%에 불과하다. 이런 금리 수준에서 이자 소득으로 연 4000만원 넘게 벌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려면 10억2800만원을 굴려야 한다. 저금리가 세법상 부자의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수준인 3000만원으로 과세 기준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요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9% 정도이니 이자 소득이 3000만원을 넘으려면 7억7100만원 정도를 굴려야 한다. 과세 대상 이자 소득 기준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춘다고 해도 종잣돈 기준으로는 2007년의 7억6200만원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정치권은 세수(稅收) 증대 효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과세 기준을 강화해도 2007년 정도의 과세 규모로 돌아가는 역할에 그친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고,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과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세수 증대 효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2000만원으로 기준을 낮추겠다는 새누리당의 지난 4월 총선 공약대로 하면 어떨까. 이 경우 금융 자산이 5억1400만원 이상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는 과세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수 증대 효과 분석 없는 세제 개편"

이런 논리대로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를 더 늘려도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금은 경기 완충 기능도 발휘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세금이 줄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역할을 하고, 반대로 호황일 때는 세금을 더 많이 걷어 경기를 다소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기가 안 좋은 요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경기가 좋을 때 더 거두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았던 2006년과 2007년에는 급증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대상자가 크게 줄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6만1475명에 달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이후 계속 줄어 2010년엔 4만8907명에 그쳤다. 경기 둔화와 저금리 현상의 여파로 3년 새 대상자가 20% 정도 줄어든 것이다.

몇몇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가 나쁜 이때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부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경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세수 증대를 위한 세제 개편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국면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세수 증대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세금 체계를 바꾸려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3000만원이나 2000만원으로 내렸을 때 세금이 얼마나 더 걷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