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작가 카프카는 책을 가리켜 ‘도끼’라 명명했다.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말이다. 그의 말대로 좋은 책은 종종 묵은 벽을 허물고 시작으로 나아가는 문을 만든다. 당신 인생을 바꾼 책은 무엇인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어렵게 꼽은 내 인생 한 권의 책, 아니 한 자루의 도끼.
강훈KH컴퍼니 대표
책 |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이유 | 권력의 원천, 권력의 획득과 유지, 권력 행사의 법칙 등을 소개하는 책.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역사 속 실제 사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이 책의 내용은 실생활에도 유용한데, 특히 초기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일깨워주었으며, 늘 곁에 두고 도움을 얻는 책 중 하나다.
인상적인 구절 | 자비나 의리가 아니라 이익에 호소하라. 도움을 청할 때는 상대에게 생기는 이익을 밝히고 그것을 과도할 정도로 강조하라.- 협상의 기술 中
친구를 멀리하고 적을 이용하라. 친구는 남보다 더 빨리 배반할 수 있다.- 용인술 中
최소한의 말만 하라. 말을 많이 할수록 더 평범해지고 권위가 없어진다.- 침묵의 효과 中
남태우 한국도서관협회장
책 | 공자 〈논어〉
이유 | 독서계에서는 오랫동안 “사람을 읽으려면 〈한비자(韓非子)〉를 탐독하고, 사람을 이기려면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심득(心得)하고, 사람을 구하려면 〈성경(聖經)〉을 독송(讀誦)하고 그리고 사람을 다스리려면 〈논어(論語)〉를 실천하라”고 했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논어〉를 비롯한 이 세 권은 반드시 선독해야 할 책들이다.
주요 구절 |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 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무본 본립이도생).’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군자는 근본에 힘쓰고 근본이 서야 도가 생긴다. - 학이편 中
무엇이든 겉모양이나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그 근본을 파악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나아갈 길은 저절로 열리게 마련이다.
신현림 시인
책 |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이유 | 좋다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도스토예프스키란 걸출한 작가에게서만큼 큰 깨달음을 얻기는 힘들 듯하다. 잃어버린 양심과 정직성에 대한 고뇌가 이보다 더 치열하고 심오할 수 없다. 우리는 살아서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누려야 만족할까. 이에 대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이 말한다. 얼마나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평생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한 권 들춰보지 않고 산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그는 위대한 소설가지만, 어찌 보면 탁월한 심리학자다. 어둠이 깃든 인간의 마음에 현미경을 비춘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이들은 반드시 그의 책을 읽어보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특히 번역이 중요한데, 나는 오래되고 뚱뚱한 정음사(전 8권, 1974년판) 책으로 읽었다.
인상적인 구절 |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의 행복을 모르기 때문이다. 오직 그것을 자각한 사람만이 행복해진다. - 악령 中
인간은 세상에서 되어가는 일에 대해서 등을 돌리거나 무관심할 권리는 없다. 그리고 그래서는 아니 될 지고한 도덕적 이유가 있다.(…) 사람의 마음이 귀중한 것을 찾아낼 줄만 안다면, 그야말로 고약한 집안에서도 귀중한 추억을 뒤에 남길 수가 있는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中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
책 |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이유 | 심리학자인 저자가 어떻게 노벨경제학상을 탈 수 있었을까. 읽어보니 답이 나왔다. 기존의 경제학들이 모두 ‘합리적인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카너먼은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아실 만한 분’이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고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타인뿐 아니라 내게도 의미가 깊다.
인상적인 구절 | 모든 장미는 꽃이다. 어떤 꽃은 빨리 시든다. 따라서 어떤 장미들은 빨리 시든다. 과반수가 훨씬 넘는 대학생들은 이 삼단 논법이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빨리 시드는 꽃들 중 장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그럴 듯한 대답이 즉시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면 애를 써야 한다.
이종명 가구 디자이너
책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이유 | 대학시절 한 번, 지난해 한 번 읽었다. 대학 때에는 동년배 청춘의 느낌으로, 지난해에는 과거 순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읽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하게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세월은 너무 빠르고, 하루하루 나이만 들어간다. 허무하지 않은가. 책의 제목처럼 우리 삶이야말로 ‘상실의 시대’ 그 자체일지도. 그 허무함과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자, 이제 어떻게 마음을 비워낼 것인가….
인상적인 구절 | 줄거리 위주로 책을 읽는 편이다. 특별히 떠오르는 구절은 없다.
이정석 가수
책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이유 | 우리의 소중한 친구 어린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됐다.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에 잘못 길들여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의자의 위치만 바꿔놓으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별이 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어린왕자의 작지만 아름다운 별나라. 우리 사는 곳이 바로 그와 같은 곳이 되길 꿈꾸며….
인상적인 구절 |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그 안에 들어 있단다.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건 사막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