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25 14:52

농업회사법인 아름드리(주) 대표 충북 괴산 송임호 씨(46세)

귀농 전 지난 6년 동안 송임호 씨의 하루 평균 수면은 4시간이 전부였다. 내가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액의 연봉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결론은 시골행. 때는 바야흐로 2009년 겨울, 그리하여 송임호 씨의 도시 생활은 일단락 지어졌다.

지금은 귀농인 CEO 시대

여기 귀농인 CEO가 등장했다. CEO의 귀농이라는 오해는 접어두자.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송임호 씨는 귀농 후 농업회사법인체인 ‘주식회사 아름드리’의 대표직에 앉게 됐다. 이제 귀농 4년 차다. 그는 자신을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에 농업도 산업의 한 분야이니 기업을 이루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대답을 내놓는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가족공동경영체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가족공동경영체는 즉 기업이라는 의미입니다. 저 같은 경우 원재료 생산부터 가공과 판매까지 자체 해결합니다. 기업에서 하는 일과 다르지 않죠.”

농민 스스로 기업체라는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연의 가치를 일궈가는 사람들’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자연농법을 추구하는 아름드리의 설립과정을 들어봤다.

“아름드리의 로고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상징합니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공유하자’는 기본 이념을 반영한 것이죠. 여기에 명확한 비전과 가치체계가 매치되어 초기기업이 설립됐습니다. 법인화를 한 이유는 투명한 ‘재무’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CEO로서 송 씨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재무와 관련된 부분이다. 단순히 고수익을 추구하는 게 목표였다면 현재의 아름드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름드리의 재무연관 마케팅 포인트는 ‘소비자들과 어떻게 나누고 공유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법인화와 기업화를 추진한 결정적 요인이기도 한데요. 주식으로 전환한 취지는 그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와 결부됩니다. 질 낮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니까요. 저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막는 방어책이기도 하고요.”

당분간 ‘아름드리’라는 회사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송 씨. 그룹 브랜드인 ‘아름드리’가 생산하는 꾸지뽕과 블루베리는 ‘세심한’이라는 패밀리 브랜드로 시판되고 있다. 또한 수출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도시인의 용의주도한 귀농 준비

송임호 씨가 CEO로서 주가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용의주도한 준비 과정 덕분이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귀농을 작정한 건 아니었다. 그저 쉬면서 할 일을 찾아보자는 심사였지만 어느새 귀농을 위한 철저한 계획과 면밀한 검토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는 송 씨. 13년 동안 기업 인수합병 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했던 그다웠다. 일목요연한 송 씨의 설명은 이렇다.

“현재 농업의 시장 상황, 경쟁 정도, 진입 장벽, 마케팅 등 기본적인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기존 토착 농민은 정보가 많고 경험도 풍부해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에요. 게다가 생존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분들은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대신 수익구조가 검증되지 않은 신규작물에 대한 유입이 낮습니다. 즉,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송 씨는 이 대목에서 ‘보완·대체의학’이라는 기능성 작물의 비전을 포착했다.

“원래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보완·대체의학 분야를 살펴봤고 약용작물에 포커스를 맞췄죠. 거기에 약을 안 주는 작물이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송 씨가 들려준 귀농 준비 노하우는 무궁무진했다. 특히 작물 선정은 비전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또한 귀농인이 할애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정력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농업주기의 기본은 1년이잖아요. 정황상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내가 트렌드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올해 유행하는 작물을 심었다가 내년엔 인기가 없어지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니까요. 작물의 라이프 사이클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휴대전화보다 수명이 길어야겠죠. 즉, 한 번 심고나면 10년 이상 꾸준히 열매를 맺는 작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 역시 시장진입 시 트렌드가 되는 작물인지, 라이프 사이클과 맞아 떨어지는 지 검토한 끝에 블루베리와 꾸지뽕을 심었습니다.”

CEO가 판단한 블루베리와 꾸지뽕의 비전

송 씨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데에는 선택 작목에 대한 확신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그가 캐치한 블루베리와 꾸지뽕의 비전은 무엇일까. 송 씨는 비전을 논하기에 앞서 중요한 포인트를 일러줬다. 귀농 작목 선택 시 주식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조언이었다. 그 역시 블루베리는 리스크 헷지용으로 구성했으며, 보다 비중을 두는 것은 꾸지뽕이라고 한다.

“블루베리의 아시아 거점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인 메리트입니다. 2017년까지 한국에 머문다고 하니 가격 유지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보입니다. 하지만 메가트렌드 상품인 만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얘기죠. 반면 꾸지뽕은 아직 미개척 분야입니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물이기도 하고요.”

강원도 평창 출신인 송 씨가 연고도 없는 괴산에 터를 잡은 것은 꾸지뽕과 연관이 있다. 괴산의 토질은 ‘마사’다. 물이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꾸지뽕의 고질병인 뿌리썩음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인근 지역인 제천에서 개최되는 ‘제천 한방바이오엑스포’를 통해 사업과 연계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이미 국내 농업도 서서히 서양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방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반드시 토종 품목만이 유행을 선도하리라는 예상이 비껴난 지 오래죠. 블루베리나 오렌지가 대표적인 예고요.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농작물이 일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은 품질과 기능성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본초를 활용한 약용작물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꾸지뽕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꾸지뽕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서만 자랍니다. 그중에서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할 정도로 품질이 좋은 곳은 한국입니다. 아마 약용작물 분야는 농업 자체의 가능성을 재차 확인할 기회가 될 것 입니다.”

뒤이어 그는 미리 설정한 사업기간인 10년 동안 꾸지뽕을 국내에 연착륙시키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대체의학과 연계한 ‘의농’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표면화하는 것도 그의 소망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꾸지뽕을 제약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귀농은 특권이 아니다

‘예비 귀농인이여, 희망을 버려라!’ CEO로서 농업의 가능성을 피력한 송 씨는 예비 귀농인에게 다소 파격적인 주문을 했다. 이는 그가 시흥 새마을연수원의 ‘농촌 지도자아카데미’ 강의 시 가장 먼저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가 버리라는 희망은 ‘준비 없이 수익만을 쫓는 마음’입니다. 강의할 때 청강하시는 분들에게 왜 귀농하려는지 물으면 대부분 돈 벌려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흙냄새 맡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거냐고 물으면 다들 막연해하시죠. 그럼 저는 몇만 평에 농사를 지으면 얼마를 투자해야 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대체 수익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계획서를 짜라고 합니다. 거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놀라십니다. 귀농은 특권이 아닙니다. 귀농인은 농사짓는 사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도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 있는 농사꾼 중 하나죠.”

결국은 철저한 계획만이 살 길이라는 게 송 씨의 전언이다.

“씨를 심는다고 다 열매를 맺는 게 아닙니다. 수확한 작물을 인터넷에 올린다고 무조건 팔리는 것도 아니고요. 생산과 판매는 마케팅 전략과 수행능력이 필요합니다. 계획이라는 것은 남들이 봤을 때도 철저해야 하겠죠. 나만 농사짓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CEO의 명함을 얻기까지 송임호 씨가 행한 노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또한 날카로운 눈으로 시장을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아는 힘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줬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회사로 거듭날 미래를 기다리는 송 씨. 주식회사 아름드리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그날, 성공한 CEO로서 다시 만날 그의 환한 미소를 그려본다.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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