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의 사업 부도에 충격받은 공무원 10년째 사업가들에 경영지식 이메일 보내

지난 17일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지식비타민(www.1234way.com)' 사이트 개설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150여명의 회원이 열어준 행사에서 운영자 이경만(47·청와대 국정과제1비서실 행정관)씨가 잔을 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4500여개의 지식비타민을 만들면서 여러분뿐만 아니라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다 같이 성장합시다."

이씨는 자신이 수집한 경영전략이나 노하우 등의 자료를 중소기업 CEO들에게 매일 2개씩 이메일로 보내주기 위해 2002년 지식비타민 사이트를 만들었다. 기업 CEO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서비스 신청도 늘어 현재 회원은 3만5000여명에 이른다.

199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부산시청에서 근무하며 전형적인 공무원으로 생활하던 이씨가 지식비타민 서비스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1998년 큰형과 작은형의 사업 부도를 바로 옆에서 목격하면서부터다. 대우자동차 부품 구매부서에서 일하던 이씨의 큰형은 자동세차 기계 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 만에 7억원 규모의 부도를 맞았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형이 한순간에 거리로 나와 손수레를 끄는 모습은 이씨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어 닥친 IMF 위기 때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것을 보면서 이씨는 '서투른 창업자에게 비즈니스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씨는 수년간 스크랩한 일간지·주간지 등에서 경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내용을 발췌했고, 매일 2개씩 사이트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로 옮겨 하도급개선과장·가맹유통과장을 지내고, 2011년 청와대로 파견 간 뒤에도 단 하루도 지식비타민 발송을 거르지 않았다. 그 정성 덕분인지, 회원 중 재무담당자는 임원으로, 엔지니어 출신 부장은 대표로 승진하곤 했다. 2003년부터 지식비타민 이메일을 받은 KD파워 박기주(53) 회장은 "나는 이공계 엔지니어 출신이라 경영 마인드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씨의 지식비타민을 매일 스크랩하며 부하 직원을 다루는 인사 전략을 배운 덕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9년 창업한 이봉순(여·50)씨도 "매일 두 알씩 오는 지식비타민을 통해 세계시장에 대한 안목을 키워 현재 한 해 60억원 매출을 올리는 국제 컨벤션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만씨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지식비타민 회원들을 볼 때마다 두 형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씨는 "형에게 '자신이 해 온 업무의 연장 선상에서 창업하라' '최소 1~2년은 창업 준비에 투자하라'는 기본적 노하우를 알려줄 조력자만 있었어도 그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무원 은퇴 후에도 300만 중소기업 CEO들을 위해 계속 지식비타민을 제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