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원의 사회적 책무와 경영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은 세계에서 앞서가는 병원이다. 1863년에 아버지에 의해 문을 연 병원이 아들들로 이어지면서 세계의 대표적인 비영리 병원으로 거듭났다. 진료와 경영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환자 중심이라는 가치하에 처리한 여러 이야기들은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 심장병에 걸린 환자가 심장박동기를 이식해야 살아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에 해당하는 메디케어는 구(舊)기종만 보험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메이요 병원은 적자를 무릅쓰고 보험이 안 되는 신(新)기종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유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이러한 의사의 양심에 따른 진료가 어려워지고 있다. 의료 환경을 관리하는 정부와 의료 형평성이라는 덫이 의료계의 다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7월부터 확대 시행된 포괄수가제는 같은 질환에 어떤 진료를 하든 일정한 액수만 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병원은 최상의 재료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분명 진료의 질에는 한계가 올 것이다.

왜 병원이 수익을 내야 하는가? 서울아산병원은 매년 50억~60억원 정도를 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이는 큰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병원은 그 자체가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사업이다. 메이요 병원은 병원이 사회적인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진일보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고, 이는 이익을 통해 의료에 재투자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병원이 사회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한다. 진일보한 의료기술이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투자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과학이란 검증을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소개되어도 충분한 결과가 쌓여야 비로소 치료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모두 같은 치료를 어느 날 같이 받을 수는 없다. 정부는 의료 보장성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최신 치료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도 인정하고 진료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병원의 고유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최신 기술이 처음에는 적은 사람에게 혜택이 가지만 점차 대중화되고 기술이 보편화되면 보험제도로 얼마든지 편입될 것이다. 지금은 비록 내가 그 대상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후손에게는 진일보한 의료기술의 혜택이 내려갈 수 있도록 인내하고 이해하는 사회의 합의와 융통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발전하였다. 예전에는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국민이 최상의 의료를 별 제한 없이 받고 있다. WHO의 2010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라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을 입증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최신 의료기술이 들어오고 개발되면 처음에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못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고, 의료계는 의료의 발전을 통한 최상의 의료 제공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병원이 나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이는 분명 국민과 정부의 이해와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