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도발의 건반을 듣는다

"벌써 다섯 번째 내한공연이네요. 이번에는 정말 공연장과 숙소만 오가지 않고, 서울 구석구석의 숨은 곳도 돌아다니고 싶어요."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42). 조지 윈스턴이나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가 '달콤하고 편안한 로맨틱 영화'라면 멜다우의 피아노 연주는 '때론 도발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묘하게 끌리는 컬트영화'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1994년 데뷔한 뒤 물결 휘몰아치듯 격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연주 스타일을 선보여 평론가들로부터 '거장 고(故) 빌 에반스, 살아있는 거장 키스 자렛의 뒤를 잇는다'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그가 25일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리허설 한 차례 없이 즉흥 연주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멜다우는 무대에서 내뿜는 에너지에 더해 수려한 외모, 도시적 이미지까지 갖춰 국내에도 열성팬들이 많다. 최근 본지와 이메일로 만난 멜다우에게 먼저 "당신 음악의 최대의 매력으로 꼽히는 '즉흥성'의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여행"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여러 나라로 연주 여행을 다니며 객석과 호흡해왔어요. 내가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관객들이 보이는 표현과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그 자리에서 교감했죠. 그 원동력의 중심에 한국팬들이 있어요. 너무나 열정적이면서도 집중력이 강했어요. 음악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타일입니다."

그는 솔로 재즈 피아니스트로도 입지를 굳혔지만 7년 전부터는 베이시스트 레리 그레나디어, 드러머 제프 발라드와 함께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로도 활동하며 솔로와 트리오 앨범을 번갈아 냈다. 3월 발매한 최신작 역시 트리오의 이름으로 나온 다섯 번째 음반 '오드(Ode)'이고 서울 공연 역시 트리오로 한다.

멜다우는 이번 '오드' 앨범을 100% 자신이 쓴 노래만으로 채웠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삽입곡 '마이 페이보리트 씽' 등 팝넘버 몇 곡을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곁들였던 종전 앨범들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 멜다우는 이에 대해 "우리 트리오의 조화와 통일성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새롭게 곡을 쓰고 연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만 알려 드리는 새 소식"이라며 "(재즈 색소폰의 거장) 조슈아 레드맨과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건반과 관악이 만들어낼 매혹적인 사운드를 기대해달라"고도 했다.

"재즈부터 팝까지 피아노만큼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악기도 없다. 당신이 꼽는 피아노의 최대 매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이만큼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고, 함께 어우러지기 좋은 악기가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