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무더위, 라임 향초(프렌치 라임 블로썸) 좋아요"

지난해 열린 영국 왕세손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의 세기의 결혼식. 전 세계 여성들이 미들턴의 패션 하나하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버킹엄궁에서의 신혼 첫날밤 윌리엄이 미들턴을 위해 준비한 선물 바구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구니엔 초콜릿, 샴페인과 함께 영국의 명품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의 향수와 향초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후 조 말론은 '미들턴의 향수'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홍보용으로 공짜로 제공한 게 아니었어요. 정책적으로 왕실을 홍보에 쓸 수 없게 돼 있어요. 우리도 언론 보도가 된 이후에 알았는걸요(웃음)." 23일 조 말론 런던의 한국 진출 기념차 방한한 데비 와일드(46) '조 말론 런던' 라이프 스타일 디렉터는 "매장에 들어온 모든 이들이 우아한 향을 맡으며 셀러브리티가 된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웃었다. 조 말론 런던은 1993년 홈메이드 향수에서 시작해 전 세계 29개국에 진출했다. 향(香)을 단순한 화장품의 차원이 아니라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확장시킨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센트 서라운딩(Scent surrounding·향기로 공간 꾸미기)' 철학이다. 이 전략을 총괄하는 임원이 와일드씨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밀려오는 향으로 그 집의 취향을 알 수 있죠. 향이 던지는 무언(無言)의 메시지가 그 무엇보다 강력해요."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향으로 꾸민다는 게 센트 서라운딩의 개념"이라면서 "경기 불황은 방향(芳香)의 촉매제"라고 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집의 안식처(sanctuary) 기능이 더 커졌어요. 집안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어 향기로 집을 안락하게 꾸미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는 "최근 영국에선 향초가 선물용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뉴 초콜릿'으로 불린다"며 "칼로리는 없고, 집안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똑똑한 선물이란 뜻"이라 했다.

한국 환경에 맞는 방향법은 어떤 걸까. 푹푹 찌는 한국 여름의 무더위가 인상적이라는 그는 "이런 날씨엔 향초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추천 향은 '프렌치 라임 블로썸' 같은 가벼운 플로럴(꽃) 계열과 흙 냄새가 느껴지는 우디(woody·나무 향) 계열을 섞은 것. 맵고 자극적인 한국 음식의 냄새 탈취엔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자몽향' 등 시트러스(감귤류) 계열의 향초가 좋다고 했다.

그는 두세 개의 향을 섞어 쓰는 '향기 조합'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향을 쓰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냅킨, 식탁보 등에 홈 스프레이(뿌리는 형태의 방향제)를 살짝 뿌리는 식이다. "의외의 곳에서 향기를 맡을 때 사람들은 더 또렷하게 향을 인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