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도 안 통해… 울고 싶은 주가

실적 개선 '약발'도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것일까? 2분기 실적이 개선된 업체들의 주가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설령 실적이 발표된 당일 주가가 올랐다고 해도 상승 움직임은'반짝 상승'에 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선 기업 실적과 기초 체력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지만 해외 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나빠져 기업 실적이 개선돼도 주가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실적 개선됐는데도 주가는 부진

지난 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2% 넘게 떨어졌고, 다음 거래일인 9일도 3% 넘게 하락했다. 6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지수가 4.8% 하락할 동안 삼성전자는 무려 7.9% 밀렸다. 24일 2분기 실적을 낸 태양광 업체 에스에너지는 태양광 업황의 부진 속에서도 호(好)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실적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추락했다. 이날 에스에너지는 5.1% 떨어지며 실적 개선 덕을 전혀 못 봤다.

이날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지난해 2분기보다 150% 넘게 증가했다고 밝힌 일진디스플레이 주가도 1.4%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카드도 마찬가지. 지난해 2분기 보다 올해 2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4.6%와 64.1% 늘었지만 주가는 살아나지 못했다. 실적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23일 주가는 0.2% 하락한 3만4050원을 기록했고, 24일도 0.7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19일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한 대한항공도 당일 0.97% 오르는 데 그쳤고, 20일부터 이틀간 주가는 4.4% 하락했다. 24일도 0.2% 오르는 데 그쳤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 상승세 가로막아

실적이 좋아진 업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 국가) 위기가 다시 부각됐고, 중국 2분기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도 7.6%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은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3분기 실적도 좋을 거란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두드러지게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되는 업종도 없다. 올 초 증시를 이끌었던 IT(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은 세계 경기 침체로 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화학·철강·기계 업종도 중국 경기의 부진으로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전체 기업들의 순이익(12월 결산법인 대상)은 96조30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상반기 순이익은 약 44조168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만 5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둬야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충족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개선주 전망은?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실적이 개선된 업체라고 해도 주가가 상승 움직임을 보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올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의 경기 둔화가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좌우하는 주요 지표가 되다 보니 기업들의 실적이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적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4분기 이전까지는 주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기업들이 상반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실적이 아무리 개선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지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