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이 흐르는 제천, 눈과 귀의 호사

영화 보느라, 음악 듣느라 눈과 귀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충북 제천에서라면 그래도 괜찮다. 청풍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모두 식혀줄 테니까.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 음악영화로 특화된 영화제라 선뜻 영화 고르기 힘든 분들을 위해 문답 형식으로 영화제 추천 작품을 정리해봤다. 자세한 일정과 예매는 www.jimff.org.

Q.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30년 평생 친구도, 애인도 못 사귀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LP, 카세트, CD 모으느라 용돈과 월급을 탕진했고, 팝·록·재즈서부터 아프리카·동남아·중동 음악까지 섭렵했습니다. 제 눈과 귀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를 찾을 수 있을까요?

A. 일단 개막작 '서칭 포 슈가맨'부터 보세요. 1970년대 초반 음반 두 장만을 내놓고 사라져버린 미국의 포크록 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즈는 미국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로드리게즈의 파란만장한 삶과 음악이 담긴 영화입니다.

196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일어난 문화운동을 다룬 '트로피칼리아'는 진정한 노래운동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 '그녀에게'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쿠쿠루쿠쿠 팔로마'를 부르던 카에타노 벨로주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죠. 그리고 진정한 음반 마니아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 'LP 마니아(Vinylmania)'. 뉴욕·런던·파리·도쿄 등 각 도시 LP 마니아들이 등장해 LP의 매력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Q. 록그룹 U2는 왜 내한 공연을 하지 않을까요? 제천영화제에서 좀 불러주면 안 되나요?

A. U2를 불러오는 건 많이 힘들 것 같지만 대신 스크린에서 그들을 실컷 만나볼 수는 있어요. '킬링 보노'라는 섬뜩한 제목의 영화는 '나는 보노의 도플갱어였다'라는 닐 맥코맥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U2의 음악과 함께 1970년대 아일랜드 록 신을 맛볼 수 있죠. 'U2 프럼 더 스카이 다운'도 지난 20년 동안 U2가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 U2 팬이라면 놓칠 수 없을 겁니다.

올해 제천에는 U2 말고도 특정 가수나 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영화가 많아요. 정열의 플라멩코 가수 엔리케 모렌테의 음악 인생과 삶을 고스란히 옮긴 '모렌테'와 그룹 퀸의 모든 것을 담은 다큐멘터리 '퀸-우리의 나날들'도 있죠. '짝퉁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를 그린 영화 '라스트 엘비스'도 팬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Q. 취향이 너무 고급이라 클래식밖에 못 듣는 게 고민입니다. 랩도 록도 듣기만 하면 머리가 아프고 소녀시대나 빅뱅의 음악은 들을 엄두도 못 냅니다.

A. 세계적 클래식 스타인 랑랑의 연주회를 따라다니며 그의 음악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랑랑의 예술'이나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야샤 하이페츠-신의 바이올린'이라면 어떨까요?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도 벨기에의 두 감독이 세계 음악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카메라를 들이댄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Q. 가족과 청풍호에 휴가 가는 김에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갈 건데 설마 무서운 인상의 록커와 래퍼가 나오는 영화만 하는 건 아니겠죠?

A. '헝키 도리'는 1976년 영국 시골 마을에서 한 교사가 방황하는 아이들을 모아 록 뮤지컬을 공연하는 실화를 담았습니다. 풋풋한 청춘의 사랑이야기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은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할 것 같네요. 인도 뭄바이 빈민가 어린이 합창단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운드 오브 뭄바이'도 아이들과 보기 좋습니다.

Q. 음악만 들으면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몸을 들썩입니다. 제천에서 영화 보다가 춤이라도 출까 걱정인데….

A. 그럼 당신은 영화관 가는 게 민폐일 테니 차라리 제천영화제 기간 열리는 다양한 음악 공연에 가보세요.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 마르게타 이글로바부터 들국화, 이적, 다이나믹 듀오, 짙은, 몽니, 쿠마파크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