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59] 여름마다 신문 지면 달군 ‘모기장 화재 慘死 사건’

"경남 창원에서 삼남매가 참혹하게도 타 죽엇다는 데, …지난 이십오일 미명에 등에 불을 켜노코 물 길러 간 후에, 아해들이 몸부림을 치다가 등잔을 넘어 트리여……."

조선일보 1931년 7월 4일자는 모기장(蚊帳·문장)에 등불이 옮아 붙어 어린 삼남매가 타죽은 참혹한 소식을 전했다. 이같은 '모기장 화재'는 오랫동안 여름철 지면(紙面)의 단골 '화제(話題)'였다.

"영국 '론돈'이나 불란서 '파리'에서는 일생 동안에 한 번도 모긔 구경을 못한 사람이 잇다"는데, 유독 조선엔 모기가 많았다(1925년 7월 11일자). 게다가 공중위생 관념이 전파되면서 모기가 "사람이나 즘생의 생피를 배가 부르도록 빠라먹고는, 제 속에 든 독한 물을 주사하야 가렵게" 만들고, "학질(말라리아) 알는 사람의 피를 빠라 먹은 놈은 제 몸속에서 학질균이 번식되어 하나 갓득찬 것을 불고하고, 꾹-꾹 찔러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알케" 만든다는(1929년 6월 23일자)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함남의 학질, 작년 중 7천명'(1925년 2월 14일자) '평남의 말라리아 환자가 1만1천명'(1933년 2월 7일자) 같은 기사는 물론 '안면(安眠) 제일의 호소식'(1924년 7월 9일자),'극호품(極好品)' '각 상점 동업자 제씨에게는 특별 할인 판매'(1929년 6월 19일자)같은 광고도 빈발하면서 모기장은 '녀름 한철을 빛나게 할 의복'같은(1930년 5월 27일자) 가정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모기장이 필수품이 되면서 예기치 않은 사태를 유발했다. '일반은 주의함이 필요하다'(1925년 6월 27일자)거나, '석유 등불은 끄고 잡시다!'고 외쳤음에도(1935년 7월 13일자), '소아 1명 소사,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들고 모기를 잡다가'(1925년 7월 5일자), '등불 킨 것이 넘어져 모기장 화재로 삼남매가 소사(燒死)'(1931년 7월 4일자), '람포불에서 모기장에 불이 당기어'(1932년 7월 11일자) 같은 모기장 화재 사고가 줄을 이은 것.

모기장은 베(麻)나 베와 면을 섞은 것 혹은 인조견으로 만들어(1933년 5월 22일자), 모두 불에 매우 잘 탔다. 특히 '모기장 화재'는 "자다가 밤중에 일어나는 것인만큼 건수에 비하야 희생자는 만흔 것이 특증"이었다. 그래서 "몃방울 피를 앗기다가 생명을 밧친다는 참사는 너무나 원통한 죽엄"이라며, 차라리 모기에게 물리자는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1935년 8월 1일자).

여름철 모기장 화재는 주로 전등을 달 수 없는 '빈민층'이나 '농가'에서 1960년대까지도 발생했지만, 1970년대 들어선 '모기향' 질식이나 화재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