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buy) 코리아… 원화·韓국채, 안전자산으로 뜨나

한국의 원화와 국채가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틈새 안전자산'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올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0.1% 절상됐다. 또 해외에서 발행된 한국 국채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큰 격차를 보이던 중국과 비슷해졌다.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의 부도 위험성을 과거보다 낮게 본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양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영국 파운드와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 캐나다 달러 등이 투자자들 사이에 '차세대 안전자산'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한국의 원화도 이런 틈새 안전자산 대열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올 들어 7월 16일까지 채권시장에는 유럽에서 3조5091억원, 미국에서 1조2327억원 등 총 5조3578억원이 유입됐다. 유입 추세는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된 4~5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한국 국채를 사겠다는 투자 협의가 밀려들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도 1조9626억원의 유럽 자금과 5609억원의 미국 자금을 포함해 총 5조3568억원이 들어왔다. 주식과 채권을 합치면 10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자본시장에선 "한국 원화와 국채를 영국, 스위스 등과 동급으로 보긴 힘들지만 투자자들의 평가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경제가 불안할 때마다 불안한 자산으로 간주되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유로화 약세인데 원화는 강세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5일 현재 달러와 비교한 원화 가치는 작년 말과 비교해 0.1%가 절상됐다.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엔화(-0.5%), 유로(-6.7%)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영국 파운드나 캐나다 달러가 절상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그래픽 참조) 외환당국 관계자는 "상반기에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는데도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131bp(1bp=0.01%)를 기록해 같은 날 중국의 121bp와 비슷한 수준이고, 프랑스(186bp)보다 낮다. CDS 프리미엄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들일 때 부도가 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에 대해 지급하는 가격이라고 볼 수 있으며, 부도 위험이 낮을수록 떨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10월 27일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이 한때 700bp를 넘기며 중국(278bp)의 2배 이상 치솟았는데, 그런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인 말레이시아의 CDS 프리미엄 역시 최근 2~3년간 우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 6월 말에는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말레이시아보다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했다.(그래픽 참조)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 정부 오히려 부담

한국 원화와 국채가 재조명받는 것은 외부에서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시선이 달라진 데 기인한다. 이성희 JP모간 서울지점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에 비해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무역수지가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2008년 말에 비해 1000억달러 이상 늘었다"며 "가계부채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이는 3~4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위험이라 유럽에서 하루가 다르게 악재가 쏟아지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진 도이치뱅크 전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내린 데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 금리 면에서 한국 국채의 매력이 크지 않은데도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순전히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국채 중 한국처럼 현금화가 쉽고 위험도가 낮은 자산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한편으로 이같은 일을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부담스러운 눈치다. 외화자금 유입이 많아지면 환율이 떨어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유럽 위기가 급속히 악화되거나 길게 이어질 경우 외화자금이 갑자기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