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콩 무관세 도입 검토

국제시장에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자 정부가 밀과 콩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과천청사에서 서규용 장관 주재로 곡물·축산업계 등 16개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곡물가 급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곡물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시카소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셀당 7달러90센트를 기록해 올 들어서만 20.4%가 올랐다. 대두(콩의 일종)와 밀의 경우 상승률이 29.9%, 34.6%로 한층 가파르다.

정부는 이미 밀의 할당관세율을 상반기(1~6월) 1.8%에서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0%로 낮췄는데, 이 조치를 더 연장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또 콩은 올해 예정 수입물량 32만t에 적용하는 할당관세율 5%를 0%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이 연말까지는 국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체들의 상황을 점검한 결과 콩과 옥수수는 12월까지, 밀은 11월까지 필요한 가공물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농식품부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축분이 있어 당장 국내 곡물가격이 급등할 우려는 없다"면서도 "국제곡물가격은 4~7개월이 지나면 국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 초부터 물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밀·콩·옥수수 등 곡물의 자급률이 10% 이하로 극히 낮아 국제 곡물가격 변화에 따라 국내 가격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밀은 빵과 과자, 라면 등의 주원료여서 식품 가격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다.

곡물값은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의 사료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곡물값 변동은 그 자체로도 영향이 크지만, 쇠고기와 돼지고기 값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농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지도 검토중"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이외에 공공기관이 비축하는 작물을 쌀에서 밀ㆍ콩ㆍ옥수수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