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테마펀드'… 속은 대형株로 채워

금융시장 침체로 펀드가 팔리지 않자 프로야구나 한류스타 등 색다른 이름의 '테마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테마펀드란 여러 가지 특정 테마에 맞춰, 이런 테마에 속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다만 정작 이런 펀드들이 투자하는 종목을 살펴보면 테마와는 크게 상관없는 시가총액 상위주인 경우가 더 많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최근 출시된 새로운 테마펀드들도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채 모두 투자 종목이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름은 그럴듯한데…투자 종목은 결국 삼성전자

24일부터 하나UBS자산운용에서 판매된 '하나UBS 프로야구 그룹주 펀드'는 프로야구에 투자하는 펀드인가 싶지만, 결국 프로야구 구단을 가진 대기업 그룹과 계열사들에 투자하는 펀드다. 삼성·LG·현대자동차·SK·한화·두산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다수다.

지난해 칸서스자산운용에서 출시된 '칸서스한류스타목표전환형증권투자신탁1[주식혼합]' 펀드는 중국 경기 성장에 따른 수혜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름에 한류스타가 들어가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만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현대차다. 다음은 SK하이닉스와 호남석유 등의 순이다호남석유를 제외하면 특별히 중국 경기에 초점을 맞춘 펀드라고 하기 어렵다. 녹색성장펀드 역시 오래전부터 테마와 관련없는 투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녹색펀드는 당초 친환경산업과 대체에너지 등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결국 투자 종목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일반 대형주였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색펀드는 올해 들어 -6.41%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녹색 펀드 중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04%의 수익률을 내는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 역시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 등을 기본으로 담고 있다. 이와 함께 GKL·골프존·대우조선해양·삼성생명 등의 종목을 담고 있다. 녹색성장보다는 당시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종목들이 중심인 셈이다. 사회적 책임 투자 펀드(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도 마찬가지다. SRI 펀드는 사회 환원 혹은 사회 복지 개선,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 앞장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전체 195개의 SRI펀드 중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가 무려 157개에 달한다.

◇수익률 포기 못해… 마케팅에는 효과 좋아

이처럼 이름만 테마펀드들이 자꾸 출시되는 이유는 결국 운용사들이 펀드 시장 불황에 테마펀드로나마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국 테마펀드조차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로서는 사실상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기준인 '벤치마크'로는 주로 코스피200 우량주들이 쓰인다. 이 벤치마크는 펀드운용 매니저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연구원은 "결국 펀드는 주식시장 전체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 기본인데, 이 상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코스피200 편입주 등 우량주를 담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도 "결국 테마펀드라도 수익률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또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라도 특정 테마의 업황이 안 좋아질 것을 대비해 대형주들을 담아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