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원샷 인사·신입직원 50㎞ 행군… 외환은행의 론스타 때 벗기기

"같은 건물 1층엔 개인금융 지점이 있고, 2층엔 기업금융 지점이 있는데, 한 은행 직원인가 싶을 정도로 서로들 어색하더라고요."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말입니다. 지난 2월 행장이 되고 난 뒤 전국에 있는 지점을 돌아보며 든 생각이라고 합니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과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이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따로 살고 있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9년 동안 경영하면서 굳어진 관행이라고 윤 행장은 진단하더군요. 본사는 물론 지점에서까지 기업고객과 개인고객 담당 부서를 나눠 칸막이를 쳐 놓고 각 부서가 정해진 실적만 달성하면 되는 미국식(式) 경영 때문이라는 것이죠. 자기 실적표만 채우면 되니 옆 부서 동료들의 실적표는 안중에 없었다는 겁니다.

외환은행은 25일 전체 직원 중 16% 정도인 1200명에 대한 인사를 했고, 키워드는 '탈(脫)론스타'라고 합니다. 나눠져 있었던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부문을 합쳐 한 지점장 밑에 두는 조직 개편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론스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지요.

외환은행의 탈론스타 시도는 인사뿐만이 아닙니다. 신입 직원 94명의 연수가 끝나는 기념으로 25일 밤 연수원이 있는 용인 신갈에서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까지 50여㎞ 야간 행군을 한다고 하네요. 마지막 8㎞는 임원들도 함께 걷는다고 합니다. 론스타 시절 신입직원 연수 끝에 하던 미국식 파티 대신에 말이죠.

하지만 론스타가 한국에 잘 맞지 않는 관행만 남겨 놓은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입니다. 이를테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심어 놓은 미국식 준법경영(compliance) 의지 같은 건 다른 은행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는 지적입니다. 어느 시중 은행이 대출 서류를 조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같은 때 더욱 그렇습니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면 '론스타 9년'도 외환은행에겐 헛된 시간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