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CCTV 설치… "안전 위해" 對 "자연파괴"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해 사건을 계기로 올레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와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올레길 탐방객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CCTV 설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CCTV를 설치하면 '명상과 휴식' 공간으로 통하는 올레길 고유의 특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 올레길은 현재 보조 5개 코스를 포함해 25개 코스, 430여㎞가 개설되어 있다. 올레길 탐방객 수는 지난 2007년 3000명을 시작으로 걷기 열풍이 번지면서 2010년 78만7000명, 2011년 109만명, 2012년 6월 현재 60만명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올레 제1코스에서 혼자 올레길 여행에 나섰던 여성 관광객 강모(40)씨가 마을 주민에게 살해당하면서 안전을 위해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씨 동생은 지난 19일 블로그에 "CCTV 하나만 설치해 놓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과 장비를 동원한 수색이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도 "올레길 주변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CCTV 설치는 방범 효과가 있는 만큼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숲길 등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CCTV 설치에 대해 '올레길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올레길을 자주 찾는 한 '올레꾼'은 "과연 올레길에 CCTV를 늘린다고 범죄가 사라질지 의문"이라며 "CCTV를 설치하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올레꾼은 "올레길은 명상과 휴식의 길인데 CCTV로 감시한다면 누가 오겠느냐"며 "올레꾼 안전 보장은 CCTV가 아니라 올레 매뉴얼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도 26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이 올레길 자체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번 사건으로 제주 올레의 가치가 왜곡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올레 코스에 CCTV를 설치한다거나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의 방편은 즉흥적인 대책이고, 올레길의 경관과 자연미에 부담만 주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 적정한 대안이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6일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는 제주 지역 기관·단체장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레길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제주 지역 범도민 비상대책회의가 열렸지만 1시간 20분 동안 각 기관·단체 입장만 내세우는 데 급급, '알맹이 없는 대책 회의'가 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