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바다·섬·갈매기 그리고 춤추는 분수

월미도는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연을 갖고 있지만 우선 탁 트인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인기를 끈다. 인천이 항구도시라지만 아쉽게도 이곳을 빼고는 시내에서 바다를 느낄만한 곳이 별로 없어 더욱 그렇다.

이 월미도의 바다 쪽 공간인 '문화의 거리'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관할 구청이 2010년 3월부터 예산 110억원으로 시작한 '친수공간 확장사업'이 끝난 것이다. 이번 사업으로 문화의 거리 앞에 길이 200m 너비 30~40m의 예쁜 친수공간이 새로 생겼다. 여기서 300여m 떨어진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1960~70년대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월미도를 찾아 바다와 역사를 함께 느끼고 즐겨보자.

◇월미산에선 인천항이 한눈에

새로 생긴 문화의 거리 친수공간 가운데에는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는 전망대가 있다. 높지 않지만 이곳에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신도 모르는 새 "아!" 하는 탄성이 나올 것이다. 바다에는 유람선이 오가고,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노닌다. 해질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그대로 한 장의 멋진 사진이다.

아래로 내려와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계단과 갯바위들이 나온다. 밀물 때는 물에 잠기는 곳이기에 갯바위에는 따개비가 잔뜩이고, 계단은 이끼가 끼어 초록색을 띠고 있다. 찰랑이는 바닷물에 손과 발을 담가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 바로 옆에는 '바라메' '추므로' '비추온'이라는 이름의 점박이 물범 3남매가 팔을 활짝 펴고 인사를 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상징으로 쓰일 행운의 인형들이다.

저녁이 되면 음악분수가 인기를 끈다. 신명 나는 음악에 맞춰, 현란한 조명 속에 물줄기가 춤을 춘다.

혹시 좀 더 먼 바다와 인천항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문화의 거리를 품에 안고 있는 월미산에 올라가면 된다. 나지막한 동산이지만 숲이 울창해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곳 정상에 서면 인천 앞바다가 멀리까지 보일 뿐 아니라 바로 아래 있는 인천항 도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편 이곳에 가면 월미도를 따라 고가도로처럼 빙 둘러 이어진 철골구조물을 보게 된다. 인천시가 853억원을 들여 만들고도 부실공사로 운행을 못 하고 있는 6.3㎞의 순환관광열차 '월미은하레일'의 철길이다. 행정기관이 얼마나 황당하게 예산을 낭비하는지, 그리고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 뻔뻔함이 어느 정도인지 더 없이 잘 보여주는 '현장 공부 거리'다.

◇독일이 감동한 '동양에서 온 연꽃'

2008년 문을 연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이민(移民)을 간 사람들의 역사를 알려주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1902년 12월 22일 인천항에서 미국 상선 '게릭호'를 타고 하와이로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들부터 시작해 멕시코와 칠레, 볼리비아 등지까지 계속 이어진 이민의 역사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박물관에서 지난달 13일부터 '젊음,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다'라는 이름의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1960~70년대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시회로, 11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파견 광부 경쟁률이 5대 1이라는 당시 신문 기사, 그들이 사용했던 광부증서와 수첩, 월급명세서 등이 전시돼 있다. 간호사들이 입었던 옷과 모자, 그들을 위한 독일어 교재 등의 전시물도 있다. 말도, 음식도 모두가 익숙지 않은 먼 나라에서 사무치게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꾹 참고 일하며 월급의 3분의 2 이상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다는 그들, 간호사들은 친절과 성실함으로 독일인들로부터 '동양에서 온 연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사연도 볼 수 있다.

문 여는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은 쉰다. 무료 관람. 문의 (032)440-4710~11

월미도는 워낙 인기 있는 곳이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과 차가 몰린다. 그런 만큼 형편이 된다면 주말을 피해 오는 것이 좋고, 인천지하철 종점인 인천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