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꺾이는 글로벌 경제… 빚으로 경기부양 전략 한계에

세계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려던 차에 다시 꺾이는 더블딥(double dip)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유로의 돈을 풀어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미국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듯싶었지만, 그리스가 촉발한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다시 꺾이고 있는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각) "유럽의 문제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는 전달보다 8.4% 준 것으로 나타나 16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7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영국에 대해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더블딥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로존은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며 "유로존 국가들은 실업 증가와 구매력 감소, 재정 긴축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독일·네덜란드·룩셈부르크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끌어내린 데 이어 25일 독일 17개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무더기로 끌어내렸다.

또 중국은 2분기에 7.6% 성장에 그쳐 '바오바(保八·성장률 8% 고수 전략)'가 무너졌고, 일본의 상반기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3조엔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에 닥친 W·L·B 공포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계 경제가 알파벳 W나 L 모양, 혹은 바나나(B) 형태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치거나(W), 알파벳 L이나 바나나 모양처럼 회복이 매우 느릴 것이라는 얘기다.

IMF가 전망하는 주요국 경제성장률 수치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2010년 10.4% 성장한 중국은 올해 8.0%에 겨우 턱걸이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유로존은 1.9%에서 마이너스 0.3%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경제가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1990년 이후 20년간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처럼 'L'자형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포장도로에 접어든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부채를 끌어다가 수요를 창출하던 경제 구조가 붕괴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1800년 이후 22개국에서 발생한 사례를 분석해 미국경제연구소(NBER)에 지난 5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긴 국가들은 20년 이상 저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부채 버블로 성장한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뜻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세계 경제가 비포장도로에 들어와 웅덩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