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폭염 절정'… 공포의 금요일 결국 현실로?

"한전과 발전회사에 '관심단계' 발령될 거라고 얘기하세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5층에 있는 전력수급 비상대책 상황실. 현장을 지휘하던 남호기 이사장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오후 1시 39분쯤 400만㎾ 아래로 내려간 예비전력 수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전광판의 숫자는 380만㎾를 뚫고 370만㎾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추세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지난 6월 7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비상 1단계인 '관심단계'가 발령될 것이란 위기감이 피어올랐다.

상황실에 있던 10여명 직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1시 45분, 한전에 '관심단계' 예고를 보내고, 수요관리 현황 파악 지시가 내려졌다. 모두가 비상 발령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 예비전력 수치가 순식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예정이던 주간 수요조정이 조기에 시행되며 전력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1시 48분 367만㎾까지 떨어졌던 예비전력은 2시엔 435만㎾까지 회복했다.

◇한 고비 넘긴 전력수급

이날 오전 국내 전력수급의 컨트롤타워인 전력거래소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주 들어 무더위가 이어지며 목요일인 이날이 최대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가까이 오르며 전날의 32.1도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 데다 계속되는 더위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도 우려됐다.

오전 전력수요 추이도 불안감을 더했다. 업무가 시작된 오전 9시 기준 전력 수요는 6709만㎾, 전날(6668만㎾)보다 41만㎾ 많은 수치였다. 전력거래소 직원들 사이에선 "오늘 드디어 '비상'이 걸리겠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예비전력이 500만㎾ 아래로 내려갈 게 확실시되면서 10시 10분부터 비상대책상황실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10시 47분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 미만으로 떨어지자 준비단계가 발령됐고, 지식경제부와 한전, 발전회사로 이 내용이 통보됐다.

11시엔 전압을 내려 전력을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후 1시엔 때아닌 위기가 찾아왔다. 25만4000㎾ 규모인 부곡복합화력발전소가 통신장비 이상으로 갑작스레 가동을 멈춘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점심시간이 끝나자 전력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피크타임인 2시 전에 예비전력은 바닥을 쳤다. 이 순간 국내 각 제철소가 순간적으로 80만㎾가량을 줄이는 등 기업체들이 산업용 전력 수요를 일제히 감소시키며 전력수급에 숨통을 틔웠다.

덕분에 400만㎾ 아래를 유지한 시간은 10분가량에 그쳐 관심단계는 발령되지 않았다. 관심단계는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에서 20분간 이어지거나 순간적으로 350만㎾ 미만이 되면 발령된다. 2시 27분 부곡복합발전소도 다시 가동을 시작하며 전력 수급은 한숨을 돌렸다.

◇27일 고비 넘기면 8월 중순 위기

이번 전력 수급은 27일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33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틀 연속 이어지면 50만㎾가량의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며 "내일(27일) 전력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가 휴가와 설비 보수 등을 통해 전력 수요를 줄이는 지정기간 수요 조정도 27일엔 없어 수요가 일부 늘어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데다 27일 당진화력 7호기(50만㎾), 29일 월성원전 1호기(68만㎾) 등이 정비를 마치고 속속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 전력 수급은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들의 휴가 일정이 끝나는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는 최대 위기다. 홍 장관은 이날 "고리 원전 1호기가 재가동돼야 8월 중순 이후 전력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