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더블딥 공포] "우리 경제 상저하저(上低下低)… 최악의 경우 1%대 성장 가능성도"

"솔직히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 2.7% 정도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공개하면 국내 연구 기관이 너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고 할까 봐 3% 초반으로 공식 전망치를 발표했어요. 결국 이렇게 되네요."

한국은행이 2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작년 대비 2.4%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26일 한 민간 경제연구소 임원은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긴 힘들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대신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 전문가와 외국계 투자기관들 사이에서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도 소비·수출·투자 등 어느 하나 나아질 만한 지표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재우 BOA메릴린치 한국지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드러난 지표도 문제지만, 하반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나 유럽의 실물경제 급락처럼 아직 본격적으로 평가되지 않은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악재가 돌출할 경우 올해 1%대 성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91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소비를 옥죄고 있고, 수출도 주력 시장의 경기가 모두 꺾인 상태"라며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한국의 수출이 다소 회복되겠지만, V자형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고,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져 한국의 고용 여건이 상반기보다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교역 둔화로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출 둔화로 기업들의 수익 창출이 제약돼 제조업 고용 감소가 지속되고 투자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수이긴 하지만 하반기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상반기 우리 경제가 작년 대비 2.6% 성장에 그쳤지만, 재정 8조5000억원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전통적으로 하반기에 실적이 좋아지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작년 4분기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까닭에 올해 4분기는 이에 비해 성장세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분기 성장률 수치가 나빠지고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다시 부각되자 '3%대 성장'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3%대 성장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의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 토론회에서 제시된 각종 내수 활성화 방안을 실천하기 위해 매주 한 번 경제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자리로,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박 장관은 특히 심리적 요인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현상을 경계하면서 "위기에 대한 경계감은 유지하되 '자기실현적인 기대'를 통해 추가적인 경기 악화의 악순환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나친 심리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