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건강해지기' 가능할까?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A J 제이콥스 지음｜이수정 옮김｜살림Biz｜472쪽｜1만7000원

오스카 와일드는 기자를 "수영복을 입고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자는 지켜보고 회의하는 사람이지, 행위의 주체는 아니라는 얘기다. 미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에디터이며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 기고가로 활동 중인 A J 제이콥스는 단거리 수영은 물론 헤엄쳐 대서양 횡단이라도 할 기세를 보여주는 기자다. 뭐든지 해 본다.

"지적 박약을 견딜 수 없다"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완독('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하고, 예수처럼 수염을 기르고 성경의 모든 계율을 381일간 빠짐없이 지켜('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봤다. 여자로 분장해 폰미팅 하기, 아웃소싱해보기 등 각종 실행 경험을 모아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도 썼다. 그가 우스꽝스러운 일을 직접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한 행위 뒤에 숨은 메커니즘, 근본을 파헤치는 것이다. 제이콥스는 한 달 몇백달러로 개인비서 역할을 해주는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아봤다. "당신 아내에겐 이런 선물이 좋다" "국세청 소득세 정산은 이렇게 하라"고 조언해 준 여성은 비행기로 열 몇 시간 떨어진 인도에서 살며 전화로 일하는 여성이었다. 다국적 기업의 콜센터 여직원만 아웃소싱하는 게 아니었다.

◇건강,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건강을 해칠 만큼 건강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건강염려증. 그는 이번에는 극도로 건강해지기에 도전했다.

그의 나이 어느새 마흔하나, 게다가 뚱뚱했다. 희한한 도전을 할 때마다 기를 쓰고 말리던 아내가 이번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덕분에 맘 편히 2년여에 걸쳐 두개골부터 발까지 자기 몸을 탐험하고 실험했다. 이 책(원제 Drop Dead Healthy, 죽도록 건강해지기)은 그 분골쇄신(粉骨碎身)의 기록.

헬스클럽에 가서 몸무게를 줄이고, 11자 복근을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다. 위, 심장, 귀, 엉덩이, 눈꺼풀 안쪽, 생식선…. 저자는 일단 자기 몸을 고기 등급처럼 부위별로 나누고, 가장 관심 가는 데부터 건강해지게 만들기 위해 힘쓴다. 이런 식이다. "나는 피부과를 찾아가 레틴 에이 한 통을 처방받아 왔다. 뭐가 그리도 비싼지…. 50g 정도에 80달러나 한다. 보험 회사에 구입비를 청구했더니 그곳 직원이 허리가 끊어져라 웃었다."('피부 결점을 없애기 위한 도전' 중) "한 번은 건강 관련 자료에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신호등을 붙잡고 턱걸이를 해보라는 글을 봤다. 해봤다. 다섯 살인 큰아들 녀석조차 창피해했다."('앉아 있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전' 중) 건강 집착증에 아부하는 각종 정보가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만드는지를 고급스럽게 비꼬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다 할 수 없을 땐 직업상 이점을 십분 발휘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알토란 같은 정보들을 섭렵했다. "욕을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고 한다. 의학 저널 '뉴로리포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실험 자원자들이 차가운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시간이 욕을 하면 40초 정도 더 길어졌다(욕을 하면 우리 몸의 반사 반응과 연관되는 뇌 영역인 아미그라다가 자극을 받아 통증 감각을 무뎌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에 든다." "당신의 배 속에는 그 어떤 인류보다 더 많은 세균이 들어 있다. 우리 손에 묻은 세균을 물방울로 바꿀 수 있다면 올림픽 수영 경기장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대체 뭘 믿으란 말인가

건강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말도 못하게 많이 수집했다. 그런데 편린으로 존재하는 건강정보는 다른 정보를 놓치고 있다. 인도 향신료인 강황은 항암 성분으로 각광받는다. 그런데 작년 말 미국의 한 회사가 공급한 강황 분말에서 납 성분이 다량 검출돼 전량 회수됐다. 눈에 불을 켜고 보면 '마케팅 용어'가 얼마나 현란한지도 보인다. "아침용 시리얼의 영양 성분표에 들어 있는 '건조 사탕수수액·유기농 당밀'은 번역하자면 그냥 설탕이다" 같은 깨달음이다.

건강정보의 상호 모순성을 유머로 포장해 들려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헬스클럽에 가야 하나,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하나? 건강 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가족·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식당에서 물을 마실 땐 레몬즙 좀 넣어달라고 해야 하나? 그게 혈당지수를 낮춰준다던데…. 하지만 미생물학자들은 대중음식점 레몬 조각은 세균의 온상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결론은 이런 식이다. "스트레스가 종류를 불문하고 우리 몸의 모든 생리적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증거 자료는 에베레스트 산만큼이나 많아서"('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도전' 중)다.

도전을 시작한 지 스물다섯 번째 되는 달. 마침내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는 끝났다. '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 비단뱀' 같던 그의 몸도 달라졌다. 살은 7.1㎏이 빠졌고, 허리 사이즈는 두 단계, 체지방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저자는 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숨통 막히는 이 건강한 삶도 이젠 안녕이다. 그 대신 나는 앞으로 '건강'을 보다 건강한 접근법으로 대해보려 한다. 더 많이 씹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콧노래를 부르고, 더 많이 개를 쓰다듬을 것이다…." 건강에 관한 정보, 건강하게 살겠다고 죽을 고생하는 사람들에 관한 역설을 동시에 다룬 책이다. 필자의 태도가 이런데, 건강관련서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단 출판사의 '용기' 혹은 '배짱'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