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그 혼이 깃든 왕의 길을 걷는다

국립중앙도서관·조선일보·교보문고가 공동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 탐방단이 28일 '조선 궁궐 깊이 읽기'를 주제로 경복궁과 종묘, 사직단 일대를 탐방했다.

오전에는 경복궁(景福宮)을 탐방했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경천애민(敬天愛民)의 정치를 이 땅에 펴려는 태조의 건국 정신이 서려있는 광화문(光化門)과 문의 양쪽을 지키며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늠름한 해치상은 탐방단의 마음을 가다듬게 했다. 24개의 네모기둥과 24개의 원기둥, 모두 48개의 기둥이 받치며 우주의 존재 원리를 나타내고 있는 경회루(慶會樓)에 올랐다. '서울의 고궁 산책'의 저자이자 한국 민예미술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허균 소장이 나섰다. "공자는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사람을 잘 얻고 못 얻는 것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임금이 훌륭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신하를 얻어 서로 화합해야 합니다. '경회(慶會)'란 군신이 서로 덕으로써 화합하는 경사스러운 만남을 의미합니다."

정면 5칸, 측면 5칸으로 된 근정전(勤政殿)에서는 왕도정치를 공명정대하게 펼치기 위해 노력한 선조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교태전(交泰殿)과 자경전(慈慶殿)을 둘러봤고, 향원정(香遠亭)에 둘러앉아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만개한 아름다운 연꽃을 바라봤다.

오후에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와 왕들의 혼령이 깃든 종묘(宗廟)를 탐방했다. 19칸의 긴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기운이 느껴졌다. 경북대 건축학부 조재모 교수는 종묘 정전 앞에서 종묘를 이렇게 설명했다. "종묘를 이해하려면 조선왕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과 상징, 건축조형만으로도 수백쪽의 글이 필요할 겁니다. 종묘는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역사공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독서와 답사를 통해 그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코스는 나라의 신과 곡식을 맡은 신에게 제사지내는 제단인 사직단(社稷壇)이었다. 네모 반듯한 곳에 모여 앉은 탐방단들은 신령스러운 힘과 땅에 의지해 곡식을 먹으며 생장을 했던 조선 백성의 삶을 생각했다.

포천에서 딸과 함께 참가한 박갑심(45)씨는 "그동안 경회루에 몇 번 왔었는데 오늘 탐방으로 인해 그 안에 숨어 있던 철학과 역사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강영숙(42)씨는 "국보인 종묘 정전이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아 조금 실망했는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난 뒤에는 종묘의 빈 공간에 조상의 혼이 깃드는 것처럼 경건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