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도전하는 건설업계] 전력수요 급증… "민자발전(民資發電)이 새 먹을거리"

지난 25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건물 5층에 있는 전력계획처 사무실은 마치 대입 원서접수 마감날처럼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가 수립 중인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될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에 참여하려는 민간 기업체 24곳이 몰려든 것.

특히 신청 기업의 3분의 1인 8개사는 건설회사였다. 전력거래소 양성배 전력계획팀장은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발전소 건설에만 뛰어들었지만 요즘은 발전소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건설업계의 화두(話頭)는 '민자발전(民資發電·Independent Power Plant)'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주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민자발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국내외 민자발전 사업 추진 활발

민자발전이란 건설사를 비롯한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발전소를 지은 뒤 20~30여년간 소유·운영하면서 전력을 판매,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동안 주로 토목·건축·플랜트의 단순 설계·구매·시공을 담당하던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과 운영까지 맡는 개발사업자(디벨로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9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민자발전 사업에 대해 각종 인·허가를 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중동·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지에서 민자발전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2019년까지 총 178GW(2733억달러) 규모의 신규 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SK건설 이현길 부장은 "중남미 지역은 철광석·석탄·구리 등에 대한 증산(增産)에 나서면서 전력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정부의 투자재원이 부족한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발전 플랜트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에 금융조달을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영업 전담팀 구성

국내 건설사들도 민자발전 사업의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에서 민자 복합발전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한 대우건설은 발전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민자발전 수주 전담팀을 구성했다.

현대건설도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해외개발사업실, 플랜트기획실 등을 신설하고 개발사업부 인력을 해외영업에 전면 배치했다. GS건설 역시 해외영업본부와 민자사업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해외 수주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업체 아크와파워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구성, 사우디전력공사가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4000㎿)의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건설·운영사업권을 따냈다. SK건설은 그룹 계열사와 함께 약 24억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에 대주주로 참여해 시공을 맡았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복합화력발전소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면서도 일반 플랜트 공사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면서 "발전소가 준공된 이후 20~30년간 10%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민자발전 사업자금 조달과 운영경험이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세계 전력시장은 2035년까지 5896�D 규모의 발전소가 지어질 정도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며 "장기 저리로 투자금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발전소 운영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